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으로 병원에 입원한지 35일만인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당무에 복귀했다. 이 대표가 홍익표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 등과 박수를 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도중 병원에 실려 간 지 35일 만에 국회로 돌아왔다. 이 대표는 23일 복귀 일성으로 “무능과 폭력적 행태의 표상이 되어버린 내각을 총사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 대표가 만나는 ‘3자 회동’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출근했다. 홍익표 원내대표의 “환영한다”는 말에, 이 대표가 웃으며 “공식석상에서 환영 박수도 쳐줘야 하는데 아직 한 번도 안 했다”고 답해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최고위원들은 “이제는 먹으면서 더 가열차게 싸울 때(정청래)”,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고민정)”, “국민과 함께 환영(박찬대)”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오랜만에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곧장 현 정부 공세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기조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며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번에 제출된 정부 예산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국정감사 이후에 있을 예산 국면에서도 여야 충돌을 예고했다.

최고위가 끝난 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경제 회복과 민생을 챙기기 위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오늘 당대표의 내각 총사퇴 발언은 전면적인 국정 쇄신을 하는 그런 각오로 민생을 챙기자는 강조의 의미로 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각 총사퇴 요구보다는 3자 회동 제안을 더 무게 있게 봐 달라는 의미다.

민주당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거듭 제안한 여야 대표 회동은 ‘쇼’라면서 거절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괜히 김기현 대표를 내세워 민생회담 제안하는 그런 쇼를 멈춰주기 바란다”며 “권한도 없는 바지 사장과 의미 없고 효과 없는 시간 낭비를 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담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여야 대표 회담은 안 하느냐’는 물음에 “3자 회동을 저희가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복귀를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친명과 개딸을 중심으로 지난달 21일 있었던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 “가결파를 색출해 징계하라”는 요구가 거셌다.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이뤄졌는데도 비명 의원 5명의 실명을 적시한 징계 청원에 5만7000명 넘게 참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정부의 잘못된 점을 엄히 꾸짖는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며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넘어서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과거에 대해 어떤 것도 묻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징계 청원 리스트에 오른 한 의원은 통화에서 “말로만 통합을 말한 건지 앞으로 행동을 봐야 한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겉으로 징계를 안 한다고 해도 개딸들의 모욕과 조리돌림을 방치해 결국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게 한다면 그게 제명 처분과 뭐가 다르냐”고 했다.

이 대표가 복귀하면서 당의 변화와 혁신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비명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잘해서 표를 얻은 게 아닌데 뭘 바꾸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며 “‘이재명 방탄정당’을 어떻게 바꿀 건가, 팬덤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건가 여기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서는 “우리 민주당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칭찬을 드리고 싶다”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정부 발표에 알맹이가 빠졌다”며 “의대 정원을 몇 명 확충하겠다는 얘기가 지금 없다, 신속하게 발표해주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