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5일 혁신위 출범 후 첫 일정으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겠다고 밝혔다. 임명 후 줄곧 ‘통합’을 강조해온 인 위원장이 ‘호남 껴안기’를 시작으로 통합 행보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 위원장은 또 윤석열 대통령과도 소통하며 할 말을 하겠다고 했다. 이진복 정무수석도 “언제든지 대통령과 연락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혁신위가 두려움을 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 혁신위에 대한 불신과 무용론을 제기하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직접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출근길에 “다음 주 정도에 (혁신)위원들, 전문가들 정해지면 제가 ‘5·18(민주묘지)′에 모시고 갈 것”이라며 “(혁신위) 출발은 그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전남 순천 태생인 인 위원장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시민군의 영어 통역을 했다.
인 위원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 2020년 8월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이 5·18민주묘지를 참배해 무릎을 꿇고 사과한 일을 연상케 한다는 말이 나왔다. 2020년의 경우 여권이 ‘5·18 비하 발언’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던 상황이어서, 이를 모면하기 위한 성격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국민의힘이 지역 통합 차원의 서진(西進) 정책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 위원장은 또 “(당 혁신과 관련해) 당대표는 물론이고, 기회가 주어지면 대통령하고도 거침없이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이날 인 위원장을 예방하고 “인 위원장 성품이 누구에게나 속 시원하게 말 잘하는 분”이라며 “언제든지 두 분이 연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수석은 “(두 분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때도 헤드테이블에 같이 앉아 대화도 많이 했다”며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실 것”이라고 했다. 이 수석은 “당에 새 생명을 불어넣겠다고 오신 분”이라며 “모든 조직이 (변화를) 두려워하는데, 그런 두려움을 깨는 것이 혁신위”라고도 했다.
여권 내에선 이 수석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실제 당내에선 인 위원장의 정치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용산과 영남 주류 세력의 반대로 제대로 된 개혁은 하지 못할 것”이란 평가도 많다. 인 위원장이 영남 중진으로 대표되는 주류 의원들의 험지 출마 권고 등을 혁신 방안 중 하나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 중진들의 ‘인요한 비토론’도 상당하다.
당 안팎에선 혁신위의 성패가 비윤계 인사들을 품는 방안이 나오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수도권 중심의 지역 통합도 좋고, 영남 쇄신도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지금 관심사는 비윤 성향 인사들을 당이 다시 끌어안을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등을 포함해 주류 세력과 거리를 두고 있는 인사들을 완전히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인 위원장은 “제 얼굴 자체가 좀 다르다. 변화를 상징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재혼 사실까지 공개하며 “거침없이, 제가 좀 망가지고 희생돼도, 여기서 굉장히 상처 많이 받아도 (당 혁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인 위원장과 호흡을 맞출 혁신위원은 7명 안팎으로 구성돼 26일 발표될 예정이다. 당 전략기획부총장인 배준영 의원이 혁신위에 들어가 당과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와 함께 26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여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