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장련성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23일 위원장 임명 후 5일간 전화만 1000여 통 온 것 같다”며 “밥 먹을 시간도 없지만 배에 저장해 둔 게 많아서 괜찮다”며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준석 전 대표 등 ‘통합 대사면’을 1호 안건으로 제안했다.

“일부 반대도 있었지만 내가 하자고 밀어붙였다. 위험하더라도 옳은 것은 해야 한다고 했다. 위원들이 많이 밀어줬다. 대통령하고 가까운 사람 말고 각을 세우는 사람들도 당에 들어와야 한다.”

-혁신위에 비윤계가 없는데.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등 이 전 대표 측근들도 내가 직접 전화 다 했는데 거절하더라. 천하람은 순천 녀석이라 ‘여보, 들어와’ 그랬는데 안 된다길래 ‘나 서운해, 자네 너무하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했는데, 그쪽(비윤계) 사람들 마음이 많이 토라진 것 같다. 그 마음을 풀려고 하고 있고 아직 포기 안 했다.”

-혁신위 역할에 의구심도 있다.

“지켜봐라. 아직도 아이디어 많다. 혁명은 나쁘지만 개혁은 좋은 것이다. 혁명은 사람이 다친다. 거침없이 밀고 당기면서 절충안을 이끌어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협상을 하면서 적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오늘 회의 때도 나와 다른 의견이 있어서 투표에 부치고 과반수로 의견을 모았다. 환자 볼 때 독재자지만 난 귀가 얇은 사람이다. 나폴레옹은 ‘용기 있고 미련한 장군이 사고 친다’고 했다. 나는 용기는 있지만 모르면 들을 줄도 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당 혁신과 관련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장련성 기자

-강서구청장 패배 원인은?

“개인적으로는 후보를 안 내는 게 깔끔했을 것이다. 법과 정치는 상식이다. 상식적으로 무리였다.”

-선거 패배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구청장 선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선거 패배 자체가 이미 매를 맞은 거다. 나는 의사다. 그 매가 예방 접종이 되기를 바란다.”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변해야 산다. 한마디로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당으로는 더 이상 안 통한다. TK·PK 의원들 중 스타들은 서울이나 험지로 나왔으면 한다. 나는 계백을 좋아하는데 희망 없는 곳에서 안 되더라도 싸워봐야 ‘뚝심 있다’ ‘용기 있다’고 하지 않겠나.”

-당에 제안할 건가?

“개인적인 생각이다. 앞으로 혁신위에서 논의하지 않겠나. 괜찮은 스타 의원들이 있으면 어려운 곳, 서울로 오는 게 상식 아닌가? 주호영도, 김기현도 스타다. 위원장이 ‘당신, 어디 출마하시오’ 하는 건 월권이지만 회의에서 혁신위원들이 구체적으로 거명하면 그건 전달할 생각이다.”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는 발언이 ‘영남 물갈이론’으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

“조크(농담)하는데 기자들이 한 명도 안 웃고 너무 경직돼 있더라. 장례식장 같았다. 미국 기자들 같았으면 웃었을 거다. 내가 얼마나 무안했는지 모른다. 낙동강에 대해 설명할 게 있다. 6·25 때 낙동강이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줘서 인천상륙작전이 가능했다. 낙동강은 귀중한 곳이다. ”

인 위원장은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이야기할 게 있다”고 했다. 그는 “이틀 전 민주당 모 의원이 내가 일하고 있는 세브란스 병원에 공문을 보냈다. 내가 병원 징계위에 올라간 게 있나, 갑질한 게 있나 자료를 달라고 했다”며 “어느 방송국은 내 고향인 순천에 와서 내 뒷조사를 하고 집안 다툼이 있나 취재를 한다는데 이게 나에 대한 청문회냐”고 했다. 인 위원장은 “나는 허물이 많은 사람이지만 본질을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한국은 이게 불행한 일이다. 이런 정치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병원에서 갑질한 적 있나?

“의사는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가끔 갑질한다. 수술방 의사들은 간호사들에게 ‘이거 빨리 줘’ 하지만 이게 갑질인가. 환자가 사망하면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군·검찰·경찰·의사들은 책임감 때문에 민주주의가 아니라 어느 정도 독재도 한다. 군대가 ‘점령할까요?’ 투표를 하겠나. 내가 실력이 없으면 그걸 까라고 하라. 나 재혼하고 마누라와 애하고 잘 살고 있다.”

-김기현 대표도 선거 패배 책임을 져야 하나?

“아랫사람들을 다 처벌했으면 파격적인 것 아닌가.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 돌아가는 상황을 위원장이 ‘(김 대표 사퇴) 하라, 마라’ 하는 건 월권 아닌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장련성 기자

-여권 위기와 관련해 친윤 핵심 측근 책임론도 나온다.

“어느 정부나 최측근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좀 억울할 것 같다. 하지만 몇 명 과격한 사람이 있다. 모두가 대통령의 얼굴이라고 생각하고 처신을 잘해야 한다. 전라도 아랫목에서 정도를 가는 법을 배웠다.”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물러나야 하나?

“원칙은 간단하다. 내가 병원에서 32년 근무했지만 병원을 생각하는 사람, 개인을 생각하는 사람 두 그룹으로 나뉜다. 국가와 당을 먼저 생각하면 처신이 뻔하다. 한국 사람들은 머리가 세계 최고로 좋기 때문에 이런 대화 자체가 난센스다. 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안다. 안 할 뿐이다. 인요한이 안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사면’에 대해 공개 반발했다.

“이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은 우선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 이 전 대표와 직접 연락은 아직 안 했지만 조건 없이 밀실에서 이야기를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낮다.

“정책은 아무리 봐도 잘못된 게 없다. 정치인이 아니고 검사 출신이다 보니까 정치인처럼 뭐랄까 ‘스무스(smooth·부드럽게)’하게 정책을 펼치지 못했다. 포장이 잘 안 된 것 같다. ”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야 하나?

“기회가 되면 대통령을 만나서 ‘대선 때 이준석을 끌어안았던 게 보기 좋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꼭 이재명 대표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만나라고 할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 정립도 과제다.

“윤 대통령이 너무 검사 스타일이라서 그렇다. (본인 배를 만지며) 나하고 비슷하다. (당과 조율할 일이 있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용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날 생각도 있나?

“필요하면 논의합시다. 나는 혁신위원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도구일 뿐이다. 가리지 않는다.”

-정치에 실망한 국민이 많다.

“지금까진 국민이 희생하고 정치인은 마음대로 했다. 이제는 정치인이 희생하고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쌓여 있는 법안들을 보라.”

-혁신위원장 하려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혁신위원회가 망하면 옵션이 없다. 이게 망하면 나도 같이 망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안 해도) 순천 내려가서 연금 받으면서 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