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 5부요인 사전 환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와 사전 환담을 했다. 정부 출범 후 윤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실상 처음 소통하는 자리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오셨어요? 오랜만입니다”라고 말하며 짧게 악수했다. 이 대표는 별도 답변 없이 미소를 지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민생 현장이 너무 어려우니 정부 부처는 이런 점에 좀 더 신경 쓰며 정책을 집행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후에도 악수를 두 차례 더 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의석에 앉아 있던 이재명 대표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이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웃으면서 손을 잡았다. 윤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출구로 향하자 이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악수를 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마친 뒤 김진표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상임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국민의힘 소속 상임위원장 6명,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 11명이 전부 참석했다. 국회 측은 대통령이 국회에서 전체 상임위원장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역대 최초라고 했다. 김진표 의장은 “오늘 간담회를 계기로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함께 운영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가 이제는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관계를 이루기 바란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민과 중산층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홍 원내대표 발언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야당 상임위원장들은 이 자리에서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 학폭 의혹’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이념 전쟁 중단’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민주당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은 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거명하며 대통령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친 뒤 “하신 말씀은 다 기억했다가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본지에 “다소 불편한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대통령께서 다 경청했고 R&D 예산 삭감 등 몇 가지 건에 대해서는 직접 설명도 하셨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의견 청취한 부분에 대해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비공개 간담회 후 참석자들은 국회 사랑재로 이동해 김 의장이 주최하는 오찬을 함께 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만남 정례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께서 연내 위원장들을 저녁에 초대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