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31일 국민의힘이 제시한 ‘메가 서울’ 구상에 뚜렷한 찬성·반대 입장을 내지 못하고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선거용 포퓰리즘” “서울과 경기도 이간질”이라면서도 당장 내년 총선 표심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서울 편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지역의 민주당 의원들은 “대형 이슈를 선점당해 주도권을 뺏겼다”면서 “국민의힘에 한 방 제대로 먹긴 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인사들도 관련 질문에 답을 피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주민 투표나 야당 설득 등 아무런 절차도 밟지 않고 밀고 나가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고 최고위원은 ‘절차와 무관하게 방향 자체에 동의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묻자 “절차와 무관하게 답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KBS 라디오에서 “국정 현안을 자꾸 던지기식으로 하는 건 정말 무책임하다”면서도 “경기도나 김포 시민, 서울 시민 모두 함께 고민할 사안”이라고 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뚝딱 되는 쉬운 사안이 아니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만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KBS에 출연해 “너무 뜬금없이 나왔다. 그냥 던진 것”이라며 “저런 식의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스갯소리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김 대표에게 수도권 출마를 하라고 하니까 울산까지 서울시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과 닿아 있는 지역의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주민들이 어떻게 판단할지 주시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찬성한다면 내가 반대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민주당이 국회 압도적 의석을 갖고도 정책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는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비판도 있었다. 비명계의 한 의원은 “180석으로 민생 살리기에 앞장서겠다고 했지만 지난 몇 달 동안 당대표 방탄에만 모든 당력을 쏟은 결과”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말도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민주당의 오래된 당론이 ‘메가 시티 활성화’여서 반대하기 어렵다”며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를 민주당이 계속 강조해 왔고, 메가시티 담론은 현 시대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여러 도시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고 자동화하는 메가 시티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건 오히려 민주당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