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는 김기현과 인요한 - 국민의힘 김기현(왼쪽) 대표와 같은 당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1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김포시 등 서울과 인접한 도시들을 서울로 편입하는 내용의 ‘메가 서울’ 구상을 밝히면서, 김포시 외 다른 경기도 도시들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서북 지역과 인접한 고양시에서도 “우리도 서울에 편입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당은 김포시처럼 지역민들의 요구가 있는 지역은 서울 편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31일 메가 서울 구상과 관련, “현재 단계로선 김포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나머지 지역은 지역민 요구가 있을 때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당이 김포의 서울 편입 관련 특별법을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당 정책위에서 검토할 것”이라며 “의원 입법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당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한 만큼, 오는 2일 관련 TF를 발족할 예정이다.

당내 의원들도 메가 서울 구상에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주민의 생활권과 행정구역을 일치시켜주는 노력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이기에 고양·구리·하남·성남·남양주·의정부·광명 등도 주민의 뜻을 묻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각 시에서 추진해서 주민투표가 온다면 아마 서울시와 경기도의 어떤 새로운 관계, 또 서울시의 확장 이런 측면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자 당장 고양시에서 ‘서울 편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김종혁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김포뿐 아니라 고양시도 서울로 편입시켜 행정권과 생활권을 일치시키길 바란다”며 “경기 인구 1300만명. 너무 많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본지에 “김포의 서울 편입 주장 근거가 김포 시민 85%가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것”이라며 “역시 시민 대부분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고양시가 서울로 편입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빨간 버스’라고 불리는 광역 버스나 전철로 서울-경기를 통근하는 시민이 많은 서울 인접 도시는 서울로 편입해야 한다는 취지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부동산·주식·맘 카페 등도 메가 서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지도를 보면 부천·광명·과천은 가능성 있어 보인다” “서울시 의정부구 가능할까” “서울시 하남구 원합니다” “고양시 덕양구는 서울에 편입하고 일산은 따로 떼는 건 가능해 보인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광명시의 경우 2015년에 서울 편입 주장이 나온 적이 있다. 당시 광명갑 국회의원이던 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여론 조사를 한 결과 광명시민 응답자의 85%가 서울 편입을 희망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총선을 앞두고 무리한 공약을 냈다”는 비판의 글도 다수 올라왔다. 성남시에 거주하면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A씨는 “자기 집을 보유한 사람은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때문에 서울 편입에 찬성할 것 같다”면서도 “집이 없는 사람은 어차피 출퇴근길에 고생하는 건 똑같아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메가 서울’ 구상은 과거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대수도론’, 남경필 전 경기지사의 ‘메가시티론’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당시 두 전직 지사는 수도권 규제 완화, 수도권의 세계 경쟁력 제고, 세계적인 수도 광역화 추세 등을 주장했지만, 비수도권의 반발 등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무리하게 서울 확대를 추진하는 게 아니라 ‘지역의 요구’가 있어야만 서울 편입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서울·부산 등 지역별 대표 도시를 세계적인 대도시로 키워야 국가 경쟁력도 오른다는 게 당의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의 일부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이날 메가 서울 구상에 대해 반발했다.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경기도 일부의 서울 편입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도봉구 등 낙후된 서울 외곽 지역을 언급하며 “있는 서울부터 잘 챙겨야 한다”고 했다. 이승환 중랑을 당협위원장도 “서울 (낙후)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