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젊은 총선 도전자들이 경기도 김포시 등을 서울에 포함시키는 당 지도부의 ‘메가 서울’ 구상에 공개 반발하고 있다. 여권의 험지(險地)로 꼽히는 서울 외곽에서 총선을 준비해온 청년들이 “낙후된 서울부터 챙기라”고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이미 국제적 메가 시티인 서울은 살크업(살만 찌워 체중을 늘리는 것, 양적 팽창)이 아니라 벌크업(근육량과 체지방을 동시에 늘리는 것, 질적 개선)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국민의힘 중랑을 이승환(1983년생), 도봉갑 김재섭(1987년생) 당협위원장은 1일 본지 통화에서 “중랑과 도봉은 박원순·문재인 치하 12년 동안 단지 서울이라는 이유만으로 개발에서 소외됐다”며 “개발 기대감으로 많은 지역민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이제 아예 ‘하급지(下級地·부동산 서열 속어)’로 버림받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지역 토박이이자 헬스 마니아인 이·김 위원장은 3대 운동(벤치프레스·스쿼트·데드리프트) 중량을 각각 485kg, 530kg까지 친다. 이런 까닭에 당 안팎에선 중랑·도봉을 ‘헬스 벨트’라고 부른다.
두 사람이 전하는 중랑·도봉은 분명 서울임에도 백화점이 없는 곳이다. 이승환 위원장은 “(인접한 경기도) 구리시의 인프라가 훨씬 좋아서 중랑구민 박탈감이 상당하다”며 “지역민들이 좋은 식당을 찾아 구리로 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재섭 위원장은 “’오징어 게임’ 무대인 쌍문동은 골목이 비좁아 리어카로 이삿짐을 나르고 소방차·구급차도 못 들어간다”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중랑구 45.7%, 도봉구 46.6% 유권자가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 김 위원장은 “단지 서울이라는 이유만으로 박원순·문재인 시기 온갖 규제로 개발을 제한했다”며 “서울 외곽에서 어차피 여당 표가 나오지 않으니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식으로 유권자들이 생각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메가 시티 취지는 좋지만 낡은 동네에 사는 서울시민의 표심을 섬세하게 헤아려야 했다”고 했다.
이들 지역 3040 세대가 모인 단체 대화방에선 “우릴 버리겠다는 거냐” “쾌적한 아파트 신도시가 몰린 경기도 ‘상급지’만 쏙 빼가겠다는 것이냐”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어서 심판하겠다”는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울 도봉·중랑이 전통적으로 강북·노원은 물론, 경기 구리·남양주·의정부와도 표심이 연동되는 ‘수도권 동북 벨트’임을 강조했다. 영남 주류 당 지도부가 ‘수도권 선거 지리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메가 서울’ 공약을 성급하게 내놨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엔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화곡을 마곡으로, 빌라를 아파트로’ 구호를 외치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비판도 있다. 강서구는 2020~2022년 3년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갭투자’가 이뤄진 곳으로 꼽힌다. 그만큼 세입자가 많은 동네인데, 선거 캠페인은 집주인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중랑과 도봉엔 ‘그래도 서울이니 앞으로 발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이른바 ‘영끌 대출’을 일으켜 ‘몸테크’를 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강남권 등 서울 핵심지 집값이 소폭 오르거나 보합인 상황에서 이들 지역은 집값도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구리·남양주·의정부 등 서울 편입 논의가 본격화하면 지역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수도권 열세는 책상머리 선거 공학이 아니라 지역민 삶의 현장에 진정성을 갖고 밀착해야 극복 가능하다”고 했다. 상봉동에서 태어난 40년 중랑 토박이인 이 위원장은 “무작정 서울 경계만 넓히면 아파트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양극화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창동 출신인 김 위원장은 “지역에 애정을 가진 후보와 어디서 소 끌려오듯 억지로 나온 후보를 유권자들은 귀신같이 알아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