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내년 4월 총선 목표로 ‘200석’을 말하고 있다. 지난번 총선 대승 때 차지했던 180석보다 20석 많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크게 이긴 여세를 몰아가겠다는 건데, 당 안에서는 “20년 집권 운운하다 5년 만에 뺏긴 걸 잊었나”, “승리에 도취돼 아무 말이나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지난 1일 KBC광주방송에 출연해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며 “수도권도 준비돼 있다는 걸 강서에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선거제 개편 논의를 주도하는 이탄희 의원도 같은 날 MBC 라디오에서 “우리 당 최대 목표는 (국민의힘을) 100석 이하로 최대한 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200석 이상을 얻겠다는 말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 “다양한 범민주진보세력, 그리고 국힘 이탈 보수 세력까지 다 합해 200석이 되길 희망한다”고 썼다.
200석은 법안 통과는 물론이고 개헌과 대통령 탄핵소추까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절대 의석’이다. 정 상임고문은 200석 확보를 가정하며 “대통령의 직권남용 이런 건 명백한 법률 위반이기 때문에 소명되면 바로 탄핵”이라며 “족쇄가 딱 채워지기 때문에 꼼짝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거부권도 의미가 없어진다. 헌법상 대통령이 특정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 재의결하면 법률로서 확정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110석이 받쳐주기 때문에 묻지마 거부권을 막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200석을 가지려면 지난 총선처럼 수도권(121석 중 103석 확보)과 호남(28석 중 27석), 충청(28석 중 20석)을 거의 석권한다 해도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을 비롯해 강원과 제주, 비례 등에서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회의적이다. 하지만 이탄희 의원은 “천재일우와 같은 기회가 오고 있다”며 “합리적 보수 세력의 출몰 자체가 어려운 일이고 진보 야당들과 협력도 어려운데 다음 총선에선 그게 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정의당 등 범야권은 물론이고 여권에서 거론되는 유승민·이준석 신당과도 뭉쳐 후보를 내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민주당에선 이른바 ‘조국 비례당’을 거론하며 “비례 몇 석은 건질 수 있지 않겠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에 민주당 안에서는 “헛된 망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서울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요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저번에 다 이겼던 곳들에서 박빙이거나 열세인 곳이 많다”며 “허황된 200석 얘기하다 총선을 그르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민주당 살려주십시오’ 하고 고개를 숙여도 모자랄 판에 200석이라니 철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겸손하지 않은 당에 국민은 표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