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사전환담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내년 4·10 총선이 15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어젠다 전쟁’이 시작됐다. 이념을 중심으로 극단적 대립을 했던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연일 “민심에 귀 기울이겠다”며 정책 경쟁에 들어간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국회 다수당인 야당에 어젠다 선점에서 밀려왔다. 그러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굵직한 정책 이슈를 쏟아내면서 어젠다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메가시티, 공매도 금지 등 여권이 제기한 어젠다들은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오고 있지만, 선거에서의 유불리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정책 경쟁은 긍정적 변화”라며 “민생에 직결된 어젠다를 더 발굴하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6일 서울뿐 아니라 비(非)수도권 거점 도시를 주변과 묶어 키우는 ‘뉴시티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메가 서울(김포 등의 서울 편입) 정책을 내놓은 지 일주일 만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비수도권에서도 주민들이 뜻을 모아 지역별 거점 역할을 하는 메가시티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도 애초 신중했던 금융 당국을 여권이 설득한 결과로 알려졌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민이 참고 있던 것들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메가 시티, 공매도에 이어 세금 정책이 다음 어젠다로 거론된다. 정부는 은행과 금융권에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이 어떤 혁신을 했기에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60조원 이익을 내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당 혁신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나라에 희망이 생기려면 청년들이 정치권에 들어가야 한다며 “(비례대표 나이가) 30·40대로 내려가야겠죠”라고 했다. 의무 조항을 넣어 비례 대표 연령을 낮추자는 것이다. 국민의힘 현역 비례대표 의원 평균 나이는 58.7세다. 그는 전날 이준석 전 대표와의 회동은 불발됐지만, 오는 8일엔 홍준표 대구시장을 찾아가 “정치 개혁을 논의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통합 행보를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선거에 유리할지 안 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어젠다 주도권을 여당이 가져온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메가 시티, 공매도 금지에 대해 “정부 여당이 선거에 급해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면서도 ‘민생 경제 정책’으로 반전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면 3% 성장률 회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를 뒷받침할 입법 과제를 검토 중이다. 성장률 공약은 그간 보수 정당의 주장이었다. ‘중진 물갈이’ 등 총선을 앞둔 인적 혁신도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