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철우 경북지사./연합뉴스·뉴스1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것을 출발로 하는 국민의힘의 ‘메가 시티’ 구상이 여권 내부의 반발에 부딪혔다. 내년 총선 민심을 의식해 수도권 의석이 많은 더불어민주당이 명확히 반대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지방에서 우세한 여권 내부의 반대 목소리가 더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통상 보수·진보, 여야 사이에 생겼던 정치권의 전선이 수도권과 지방, 지도부와 원외에 다층적으로 형성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서울을 필두로 하는 메가시티 구상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메가시티 구상을 총괄하는 조경태 ‘뉴시티 프로젝트’ 특위위원장이 “서울·부산·광주 3대 메가 시티를 키워 국가 균형 발전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반발을 막을 수 없었다. 서울이 아니라 지방을 먼저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 메가 시티가 우선”이라며 “지방 분권과 균형 발전의 청사진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고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국민적 공감대도 없는 정치공학적 포퓰리즘”이라며 “실현 가능성 없는 정치 쇼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방 시대라는 큰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철우 경북지사는 3일 “수도권 빨대 현상을 타파하고 균형 발전을 하려면 지방 도시를 더 확장해야 한다”고 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1일 “이미 메가 시티가 된 서울을 더 비대화시키고 수도권 집중 심화만 초래하는 서울 확대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다음 지방 선거에서 메가 시티 이슈를 선점하려는 지자체장들이 저마다 선명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핵심 인사는 “지자체장들이 총선 이후 본격화하려던 본인들의 정치 플랜 시기를 앞당긴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당내외 반발까지 합쳐졌다. 부산시장 출신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서울을 더 ‘메가’하게 만든다는 것은 대한민국 경쟁력을 갉아먹는 짓”이라고 했다. 김재섭 도봉갑·이승환 중랑을 등 서울 외곽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도 “낙후된 서울부터 챙기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민주당은 총선 역풍을 의식해 반대를 하지도 못하고, 국민의힘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찬성도 하지 못하는 등 어정쩡한 모습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찬반 입장에 대한 질문에 “바보 같은 질문”이라며 “이게 OX답 문제냐”고 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김병수 김포시장을 만나 김포시의 서울 편입 효과와 영향을 연구하는 ‘김포시 서울 편입 공동연구반’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