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일 소속 의원 전원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여당의 혁신 드라이브에 대응해 민주당도 인적 쇄신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당내에선 “불출마를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이날 소속 의원 전원에게 “제21대 국회의원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평가 시행에 앞서 차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 의사가 없는 국회의원께서는 첨부 양식을 작성해 평가위에 회신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엔 ‘상기 본인은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함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불출마 확인서가 첨부됐다.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가 있는 의원은 이 양식에 서명을 해 중앙당 평가위에 제출하라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중진과 친윤 핵심들에게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하며 인적 쇄신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민주당도 따라잡아야한다는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대선 때 당대표가 직접 운동권 86 용퇴를 요구하고, 혁신위도 중진 불출마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다. 현재까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박병석(6선)·우상호(4선)·오영환(초선) 의원 등 3명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21대 총선에서 대승을 해, 인적 쇄신을 위해선 비워야 할 자리가 많은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공문에 대해 민주당 측은 “내년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의원은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에 당헌·당규 절차상 의원들에게 의사를 묻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형식적 절차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비명계에선 “사실상 불출마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그런 절차가 있어도 이렇게 대놓고 불출마 요구 공문을 보낸 적은 없었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불출마 선언 자체가 의원에게는 결단이 필요한 문제이고, 당에서도 예의를 갖춰야 하는 부분인데 종이 한 장 써서 제출하라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