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위원장의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3호 안건으로 비례대표 당선권 순번에 청년(45세 미만)들을 50% 할당하라고 요구했다. 또 영남 등 당선이 유력한 우세 지역구에서 청년들만 경쟁해서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청년 전략 지역구’를 선정하라고 공식 제안했다.

국민의힘 인요한(왼쪽) 혁신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3호 혁신안'을 발표하며 웃음 짓고 있다. 혁신위는 이날 내년 총선 비례대표 당선권 절반을 청년에게 할당하고, 당의 '우세 지역'에 청년을 공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오른쪽은 임장미 혁신위원. /이덕훈 기자

혁신위는 9일 전체 회의를 열고 현행 당규상 45세 미만으로 규정돼 있는 청년을 비례대표 명부 당선권에 50% 할당하라고 요구했다. 청년 비례 후보 선정은 공개 오디션 등 공개 경쟁을 통해 하라고 제안했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우리나라 45세 미만 유권자가 37~38%로 추정되는데 45세 미만 청년 국회의원은 전체 의원의 4% 남짓”이라며 “청년 비례대표를 우선 공천해 청년들이 정치 현장에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혁신위는 서울 강남과 영남 등 국민의힘 우세 지역 중 일정 부분을 ‘청년 전략 지역구’로 선정해 45세 미만 청년끼리만 공개 오디션을 치르고 여기에서 선발된 후보자를 공천하도록 제안했다. 최안나 혁신위원은 “(선거철) 들러리, 이미지용으로만 청년들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정말 디딤돌 세대 교체를 위해서 당이 확실히 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 밖에 혁신위는 모든 정부 기구와 지방자치단체 위원회에 청년위원 참여 의무화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방침도 권고했다.

그래픽=백형선

이날 혁신안은 이준석 전 대표 등의 징계를 취소하는 1호 혁신안, ‘지도부·영남 중진·친윤 핵심의 험지 출마’ 내용을 담은 2호 혁신안에 이은 세 번째 권고안으로 당내에서는 “갈수록 수위가 세진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혁신위는 이날 “영남 중진의 험지 출마로 생긴 빈자리에 용산 참모들이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통령실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절대 어떤 특혜도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더 엄중한 과정 속에 들어갈 것이고 그 부분도 혁신위 안건으로 논의돼 당에 접수될 것”이라고 했다. 용산 참모들에 대한 공천 특혜 배제 안건을 혁신위가 공식으로 논의한다는 것이다.

관건은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가다. 당장 김기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영남 중진 험지 출마’ 2호 안건 수용 여부에 대해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는데 요즘 보도를 보면 너무 급발진하고 있는 거 같다”며 “급하게 밥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대표 스스로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한 만큼 당내에서는 혁신안을 무작정 거부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지도부에서 일단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를 할 것”이라며 “청년 정치인을 확대해야 한다는 원칙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비례 당선권 명부의 50%’ 식으로 수치를 못 박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 하는 기류다. 당 관계자는 “청년 비례라고 해도 호남·직능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고 우세 지역이라는 것도 주관적일 수 있다”며 “청년을 확대해야 한다는 큰 틀은 동의하니 논의 과정에서 적당한 수준으로 절충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용산 참모의 공천 특혜 배제’ 역시 지도부는 “애초 특혜 없이 원칙대로 경선을 한다”는 입장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당내 영남 중진 불출마를 요구한 혁신위가 이에 비례해서 용산 참모들을 꽂아 넣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균형 차원에서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실 비서들이라도 전략 공천 특혜 없이 각자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했다는 말과도 똑같은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