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9일 소속 의원 168명 전원 명의로 이재명 대표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 검사의 직무는 그 즉시 정지되기 때문에 이 대표 수사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총력을 쏟았던 민주당이, 이제는 수사 검사 탄핵이라는 초유의 방식으로 더 강력한 방탄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에서 이 검사가 “권한을 남용해 불법 행위를 했다. 그 불법성이 매우 막중해 직을 박탈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문제 삼는 이 검사의 비위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스키장 리조트 이용 도움을 받은 청탁금지법 위반, 처가가 운영하는 골프장 직원 등에 대한 범죄기록 조회 등이다. 민주당 안에서도 “이게 탄핵 사안인가”, “검찰이 수사하고 징계하면 된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하지만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이견은 없었다”며 “나쁜 짓 하면 반드시 처벌받거나 징계된다 이런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보복 기소 의혹을 제기하며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해당 사건 발생 9년여 만이다. 현직 검사 탄핵 소추는 헌정 사상 처음이었는데, 불과 두 달여 만에 이날 이정섭 검사와 ‘고발 사주’ 사건 관련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탄핵안을 또 발의한 것이다. 윤 원내대변인은 ‘탄핵 중독’, ‘민생과 무관한 폭주’라는 지적에 “탄핵소추는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이라며 “탄핵소추의 대상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위를 눈감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말했다.
탄핵안은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개딸’들은 연일 검사 탄핵을 서두르라 압박했다. 당내 소수에 불과한 강경파와 개딸에게 거대 야당 전체가 또 한 번 끌려간 것이다.
민주당이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소속 의원 168명 전원이 탄핵안에 이름을 올렸지만 민주당 안에서도 비판 의견이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다면 당대표 방탄에 탄핵 권한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 전직 의원은 “일부 의원이 탄핵을 주장해도 이 대표가 나서서 말렸어야 한다”며 “민주당이 이 대표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애초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안을 준비했다가 내부 이견이 나오자 2명에 대해선 철회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탄핵권 남용은 헌법 파괴 행위”라고 했다. 김기현 대표는 “검찰을 정치 권력 앞에 무릎 꿇리고 길들이기 위해 탄핵 소추권을 무분별하게 남용한 것”이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헌정사에 큰 오점을 남긴 의회 폭거”라며 “탄핵 중독이란 불치병에 걸린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질의에서 검사 탄핵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과 압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검은 이날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반복적인 검사 탄핵은 제1당의 권력을 남용해 검찰에 보복하고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며 “사법을 정치화하려는 시도로 다수에 의한 법치주의 파괴”라고 했다. 이어 “탄핵은 공직자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된다”며 “민주당의 탄핵 주장 사유는 의혹이 제기된 단계이거나 재판 절차에서 다뤄지고 있는 사안으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탄핵 당사자인 이 차장검사는 본지 통화에서 “국회에서 진행되는 탄핵 절차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민주당이 탄핵 사유로 제시한 사안에 대한)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손준성 차장검사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