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내년 총선에 비례 정당으로 출마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대선 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그가 돈 봉투 사건으로 코너에 몰리자 말을 바꾼 것이다. 조추송(조국·추미애·송영길) 3인 모두가 내년 총선 출마에 나서자 민주당도 이들 출마의 정치적 득실 계산에 나섰다.
송 전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례 전문 송영길 신당을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제 개인의 당이 아니라 새로운 47석 비례대표의 개혁적이고 정말 검찰 독재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그러한 정당, 민주당을 견인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거제 개편이 불발돼 현행대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될 경우 정당 지지율로만 의석을 가져가는 비례 정당 출현이 가능해진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자 없이 비례대표로만 후보를 내 의석을 3개 가져갔던 열린민주당과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는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 정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저는 열린우리당 시절 한미 FTA를 일관되게 찬성했던 사람”이라며 “각종 정책에 있어서 저의 독자적인 철학적 노선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 개혁 진영의 성공을 위해 검찰 독재를 물리치기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며 “이준석 전 대표의 당도 반윤(反尹) 연대로 끌어들여서 무도한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을 빨리 종식시키는 게 국가를 위한 길”이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전국구 공간이 열리게 되면 조 전 장관도 명예 회복을 도모할 수 있다”고 했다. 비례 정당 후보로 총선에 나서면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와 경쟁할 일 없이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돈 봉투 사건을 무마하려 파리에 있던 송 전 대표를 불러들였던 게 악수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비례 정당이 성공하려면 더 세고 선명한 발언으로 지지층 주목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중도층의 반감을 사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불리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