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친윤 험지 출마’ 혁신안에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이 지지자 4000여 명을 동원해 세 과시에 나서면서, 당내에서 윤핵관 해체론이 분출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수천 명을 동원한 장 의원의 세 과시는 ‘윤핵관’이 당내 최대 기득권이란 것만 증명한 꼴이 됐다”며 “친윤 기득권 해체가 혁신위의 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핵관은 해체 수순”이란 공개 발언도 나왔다.
14일 국민의힘에서는 “장 의원의 세 과시 사진이 혁신위와 친윤 핵심 갈등의 방아쇠가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인 위원장의 친윤 압박이 계속되던 지난 11일 장 의원은 외곽 조직 산악회 회원 4200명을 버스 92대로 체육관에 동원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장 의원은 행사에서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이날 제주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버스로 몇 천명을 동원했대지? 알아서 하지 않겠나”라며 장 의원을 직격했다. 인 위원장은 4·3평화공원을 찾아서는 “시간을 주면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100% 확신한다”며 “대한민국이 빨리 발전하는 것은 ‘빨리빨리 문화’ 때문이지만 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장 의원 등이 못 버틸 것이란 얘기였다.
인 위원장과 장 의원의 충돌이 ‘권력 투쟁’ 양상으로 번지자 당 안팎에서는 ‘윤심’ 논란도 계속됐다. 지도부 한 의원은 “대통령과 가깝다고 무조건 물러나야 하는 게 맞느냐”며 “인 위원장은 대통령실과 관계없이 개인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당의 대체적 기류는 이와는 다른 분위기다. 한 의원은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던지는 것도 관계가 좋아야 던질 수 있다”며 “장 의원이 불출마 대신 용산에서 반대 급부를 보장받았다면 오히려 쉽게 던질 수 있었을 텐데 현재 그렇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고생한 분들이 불출마에 몰리는 것은 불합리한 면도 있다”면서도 “윤 정부가 다시 지지를 받고 총선 승리를 하려면 당이든 대통령실이든 가리지 말고 희생하라는 분위기 속에 장 의원이 끝까지 버틸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 때문에 “윤핵관이 해체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말도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통화에서 “윤핵관은 정치권에 처음 들어온 윤 대통령의 ‘정치 코치’였고 윤 대통령도 윤핵관의 조언을 실제 참고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 스스로도 어느 정도 정치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선 ‘윤핵관이 해체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봐야 되느냐’는 질문에 “사실상 그 단계”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지난 달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이 ‘윤핵관으로부터의 독립’을 결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년 반의 국정 지지율 및 선거 참패 이후 현 여권의 모습이 결국 윤핵관의 성적표라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윤핵관들 스스로도 화합을 못 하고 여러 세력으로 갈라진 자승자박 측면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장 의원과의 불화설이 계속되며 최근 주변에 “나는 윤핵관에서 빼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규(재선)·윤한홍(재선)·박성민(초선) 의원도 윤핵관으로 꼽히지만 장·권 의원에 비해 위상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총선 이후 윤핵관 및 친윤계 그룹 자체가 재편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 내부에선 이미 윤핵관과 거리를 두며 윤핵관에 대한 희생 요구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 친윤 그룹에 들어가면 오히려 ‘희생’ 대상으로 지목만 된다”며 “과거엔 친윤 핵심들이 초선들을 몰고 다녔지만 최근엔 그런 모습이 확연히 줄었다”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윤 핵심 그룹의 강압적인 줄 세우기에 당내 불만이 많았다”며 “혁신위 활동에 맞춰 의원들의 공개적인 ‘윤핵관 퇴진’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한 최고위원은 “혁신위 활동 3주 만에 수도권 지지율이 올라갔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맞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