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5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스1

‘친윤·중진 험지 출마’ 권고안을 놓고 인요한 혁신위원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인 위원장을 겨냥해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날 인 위원장이 “여러 사람을 통해 대통령을 뵙고 싶다고 했는데 대통령에게 직접 연락이 온 건 아니고, 돌아서 온 말씀이 ‘지금 하는 것을 소신껏 끝까지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며 ‘윤심(尹心)’을 언급하자 이를 공개 반박하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대통령실 역시 이날 인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그런 것은 없었다. (혁신위는) 당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김 대표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됐다. 이에 혁신위는 “혁신위도 당 지도부도 합심해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그래픽=김하경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윤심’을 앞세워 당대표가 된 김 대표가 혁신위에 ‘윤심’을 언급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3월 전당대회 당시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내세운 김 대표는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한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후보가 누구겠느냐”는 점을 내내 강조하며 ‘윤심’을 당대표 선거의 제1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웠다. 여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윤심’을 언급하지 말라는 건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당대표의 처신은 당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이준석 전 대표가 “김기현 대표는 1~2주 내로 쫓겨날 것”이라고 하는 등 일각에서 비대위 가능성이 거론되자 이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실제 김 대표는 비대위 전환을 규정한 당헌 96조 ‘비대위원장은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직무대행이 임명한다’는 규정을 들어 “내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는 없다”며 배수진을 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17일 단독 면담을 하며 향후 혁신위 활동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혁신위의 속도 조절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당 주류에서는 “혁신위가 중진·친윤들의 ‘명예로운 퇴로’를 열어주지도 않고 거칠게 몰아붙인다”는 불만이 컸다.

김 대표 측은 “그간 지도부와 혁신위가 갈등을 빚는 것처럼 보이는 오해를 푸는 자리”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김 대표 스스로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인 위원장과 만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 대표는 지난달 23일 인 위원장을 임명하며 “혁신위는 활동 범위와 안건 등 자율적·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었다.

당 관계자는 “인 위원장이 김 대표와 만나는 것만으로도 혁신의 느낌이 사라지는 측면이 있다”며 “김 대표가 혁신위의 종속변수처럼 비치는 상황에 제동을 건 것인데 부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결국 혁신위가 이후에도 혁신안의 강도와 메시지를 어느 정도 유지하느냐에 혁신위 성패도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위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 ‘45세 미만 청년의 비례대표 당선권 50% 할당’ 혁신안을 보고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이 “당헌·당규에 삽입하자”고 했지만 조수진 최고위원이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 역시 “다음 달 구성될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의결하지 않았다. 조 최고위원은 “취지는 공감하나 모든 걸 당헌·당규에 넣으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공관위로 넘기자고 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