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를 방문해 “총선은 국민 삶에 중요하다”며 “평소 대구 시민들을 깊이 존경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은 오래전부터 예정된 법무부 공식 일정이었다. 그러나 한 장관이 총선까지 언급하면서 정치권에서는 “한 장관이 보수 텃밭에서 사실상 정치 무대에 데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친윤·중진·지도부 험지 출마’ 압박이 계속되며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 등판 가능성도 거론됐다. 후임 법무장관 인선 작업도 시작된 걸로 알려졌다.
한 장관은 이날 강력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대구스마일센터’를 방문한 뒤 대구 달성군의 ‘달성 산업단지’를 찾아 지역 특화형 비자 및 숙련 기능 인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 수십 명이 한 장관에게 꽃다발을 들고 사인·사진 요청을 해오면서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한 장관은 시민들과 만나 “제가 오늘 대구에 두 번째로 왔다”며 “저는 평소 대구 시민들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 왔다”고 했다. 한 장관은 “대구 시민들이 6·25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으셨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며 “전쟁의 폐허 이후 산업화를 진정으로 처음 시작하셨고, 굉장한 여름 더위를 늘 이기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존경한다. 여기 오게 돼서 참 좋다”고 했다.
한 장관은 취재진이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물어보자 “총선이 국민 삶에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범죄 피해자를 잘 보호하고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해 외국인 정책 및 이민 정책을 잘 정비하는 게 국민께 더 중요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장관은 “외국인 정책이나 출입국 정책에 대해선 앞으로 10년 내에 저를 비난할 일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라며 “노무현 대통령께서 현재 제가 추진하는 이민청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실패했다. 우리는 늦었지만 참고할 자료가 많아 잘해보겠다”고 했다. 이민청 등 외국인·이민 정책은 한 장관의 대표 정책이다.
한 장관은 “우리나라는 매력적인 나라다. 해외에 나가보면 20세기 할리우드처럼 (우리나라를) 동경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반면 출산율은 ‘0.7′에 불과해 외국인 인력이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나라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탄핵이 되지 않는 한 외국인·이민 정책의 현장 상황과 반응을 체크할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김건희 여사 가족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했다’며 이정화 검사에 대한 탄핵을 검토했던 민주당을 향해 “우선 탄핵에 대해서 민주당 자체 내에서 말 좀 맞춰야 할 것 같다.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왔다 갔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이정화 검사를 아느냐”며 “탄핵이, 국민이 이름도 모르는 검사를 겁주기 위한 도구여야 되겠느냐”고 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공식 일정을 마치고 동대구역으로 갔다. 그는 오후 7시 서울로 가는 기차를 예매했지만, “사진을 같이 찍자”며 시민이 몰려오자 예매한 표를 취소했다. 이후 한 장관은 역에서 3시간가량 시민들과 사진 촬영을 했다.
한 장관의 이날 대구 방문은 최근 국정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한 TK(대구·경북) 다지기에 공들여 온 여권 행보와 맞물렸다. 윤석열 대통령,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최근 잇따라 TK를 찾았다. 지난 9일 대구를 방문한 이준석 전 대표가 대구 총선 출마를 시사하자 “이준석 신당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여권이 TK 결집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장관은 오는 21일에는 대전을 방문할 예정이다. 법무부 측은 “그간 현장을 별로 못 갔는데 앞으로는 좀 더 현장을 다닐 예정”이라고 했다. 한 장관이 총선 출마를 할 경우 후임 법무장관으로는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을 비롯한 복수의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