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청년 비하’ 논란이 불거진 당 현수막 문구에 대해 19일 “당이 아닌 업체가 내놓은 문구”라고 했다. 민주당이 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17일 당 사무총장 명의로 시·도당에 공문을 보내 현수막 게시를 직접 지시했다. 당이 논란이 커지자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이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을 주제로 게시를 지시한 현수막은 그 문구가 “나에게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이었다. 민주당은 공문에서 “이번 캠페인은 개인성과 다양성에 가치를 두는 2030 세대 위주로 진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수막 문구가 공개되자 “청년 비하이자 혐오 문구”, “2030을 정치는 모르지만 잘 살고 싶고,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은 이기적인 존재로 묘사했다”, “더불어꼰대당의 청년 인식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과 한준호 홍보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해명에 나섰다.
강 대변인은 “현수막 시안 관련해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점에 분명히 아쉬움이 있다”며 “문구 관련해 오해가 있었는데 그 문구는 이미 삭제 조치가 됐다”고 말했다. ‘나에게온당’ 외에 다른 문구들은 쓰지 않도록 삭제했다는 의미다.
한준호 홍보위원장은 현수막 문구 제작 주체에 대해 “당의 행사를 위해 업체가 내놓은 문구를 당에서 조치해준 것뿐”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일련의 과정에서 업무상 실수가 있었던 건 맞는 것 같다”면서도 “관련해서 살펴보겠지만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물음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현수막이 오는 23일 시작하는 ‘갤럭시 프로젝트’의 일환이며 행사를 알리기 위한 ‘티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수막 문구는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당대표와 다른 최고위원들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보고는 다 됐는데 논란이 불거지자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부에서는 책임자를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당원 게시판에는 “당에 실망했다”며 “탈당하겠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한 당원은 지난 18일 올린 글에서 탈당하기로 했다며 “(현수막의) 그 타깃이라는 2030의 30대고, 몇 년째 응원 겸 작은 돈이지만 당비 납부도 해왔다”며 “문구 하나의 작은 결정으로 보일지라도 결정자들이 젊은층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도와 수준을 갖고 있는지 잘 알았고, 이런 결정을 내리는 정당이 총선이든 다음 대선이든 민심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 당원은 “한 명 표는 확실히 잃었다. 축하한다”고도 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비판글도 많이 올라왔다. 한 당원은 “현수막 당장 내리고 관계자 징계하라”며 “이런 꼴 보려고 당비 내는 줄 아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