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국회 로텐더홀에서 "암컷 보호에만 열중인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유튜브 '오마이TV'

더불어민주당이 노인·청년·여성 ‘3종 비하’ 파문에 휩싸였다. 지난 총선(4400만명) 기준, 50~60대 남성(약 750만명)을 제외하면 대다수를 차지하는 광범위한 유권자 집단을 비하하는 발언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은 지난 7월 “왜 미래가 짧은 분(노인)들이 젊은이와 똑같이 1대1 표결을 하느냐”는 발언으로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켰다. 송영길(60) 전 대표는 최근 한동훈(50) 법무부 장관에게 “어린놈” “건방진 놈”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같은 현수막을 내걸려다가 청년 비하 파동을 야기했다.

그래픽=백형선

이런 가운데 친명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출신 최강욱(55) 전 의원이 “암컷이 설쳐” 발언을 한 것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비하의 트리플 크라운, 화룡점정을 찍었다’ ‘최강욱이 기어이 홈런을 쳤다’는 탄식이 나왔다. 최 전 의원은 지난 19일 광주(光州)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사회자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언급하자 “동물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며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와 그의 모친을 언급하며 “짐승들”이라고도 했다.

처럼회 소속 민형배·김용민 의원은 암컷 발언에 함께 웃었다. 민주당 소속 송갑석·조오섭·윤영덕·강민정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도 행사에 참석했다. 여성 의원들은 문제 발언에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조승현 국민소통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은 21일 본지 통화에서 “암컷 발언은 제가 봤을 때 김건희 여사를 뜻한 것”이라며 “부적절하고 불편한 발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암컷’ 발언에 침묵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국민에게 실망과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며 최 전 의원에게 ‘엄중 경고’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은 과거 최 전 의원의 ‘짤짤이’ 발언을 거론하며 “이번에도 계속된 최 전 의원의 막말과 현장에서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던 의원들의 모습은 우리 당의 도덕성 상실과 성 인지 감수성의 후퇴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나 강경 지지층은 오히려 최 전 의원을 감쌌다. 친명 유튜브(구독자 48만명) ‘박시영TV’를 운영하는 박시영(55)씨는 “최강욱의 ‘암컷 나와 설쳐’가 김건희를 특정해서 한 말인데 뭐가 문제?”라고 했다. 민주당의 각종 비하 발언이 계속되는 배경으로는 86 운동권의 남성 중심주의, 선악(善惡) 이분법 세계관이 거론된다. 야당 관계자는 “5060 남성이 주류인 이 집단이 여전히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여성 의원 전원은 이날 최 전 의원의 정계 퇴출, 암컷 발언 동조자 전원 출당을 요구했다. 김기현 대표는 “혐오와 분열의 삼류 정치”라고 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우리 여성들은 모두 암컷으로밖에 보이지 않는가. 우리 여성은 남성과 똑같은 존엄한 인간”이라고 했다. 이 단체는 최 전 의원이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계까지 반발하자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저녁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경고 대상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사과 표현도 없었다. 한 비명계 인사는 “자신의 강성 지지 세력인 ‘처럼회’에서 문제가 터지자, 경고하는 시늉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