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도대체 짬짬이로 누구누구만 가신 거에요,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예산이 없었답니다. 5000만원 이내여서 더 갈 수 있는 인원 제한이...” (김정호 기후특위 위원장)
지난 22일 국회 기후위기특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이 같은 당 소속인 김정호 위원장에게 해외 출장에 대해 따져묻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왜 자신을 뺀 몇몇 의원끼리만 유럽 출장을 다녀왔냐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에게 “제가 알기로 독일이나 프랑스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굉장히 높은데, 혹시 그 기후특위에서 지금 해외 출장 가거나 이런 걸 알아보기 위해서 한 것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유럽 쪽에 재생에너지, 원전 정책에 대해 확인하러 한 번 간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기후특위 예산으로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출장을 다녀왔다.
이에 이 의원은 “그런데 어째서 누구누구만 가신 거냐, 너무 이상하지 않느냐”며 “아니 도대체 짬짜미로 누구누구만 가신거냐, 결과는 우리한테 보고는 했습니까, 안 간 사람들한테 보고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이 다른 의원들을 향해 “갔다왔습니까”라고 묻자, 다른 의원 중 한 명이 “(저도) 못갔습니다” 하고 답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급히 “행정실에서 출장 보고서 공유 했나요”라고 물었지만, 이 의원은 “아니 가는 것도 누구누구 짬짜미로 가시고 갔다온 결과도 공유 안해주고, 나머지 기후특위 위원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했다.
김 위원장이 “일단 우리 홈페이지에 출장 보고서가 (올라와 있다)”라고 하자, 이 의원은 “저는 진짜 오늘도 공무원 분들한테 독일이나 이런 데 가봤더니 어떻게 하더라 이런 말씀 드리고 싶은데, 언제 갔다왔는지 쏙 빼놓고 갔다오신 분들은 여기 자리에 있지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수진 의원님께서 (저를) 땀 나게 만드는데 일단 예산이 없었다”며 “그 기후특위 출장 예산이 5000만원 이내여서 더 갈 수 없는 인원 제한이 (있었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아니 예산도 좋은데, 그럼 어떤 기준으로 간거냐”며 “정말 우리도 가서 공부하고 싶은데 기회를 안 줬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렇게 운영하면 안 된다. 정말 열의와 의지 있는 분들이 가서 돌아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국민에 알려야 하는데 그런 효과도 전혀 없고 다른 의원들은 어떻게 되는지 알 수도 없다. 답답해서 얘기하는 거니까 뭔가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예산 범위 내에서 몇 명이 어떻게 갈 수 있다는 걸 좀 더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출장보고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6박8일 일정으로 영국(3박), 독일(2박), 네덜란드(1박)를 다녀왔다. 보고서에 기재된 출장 목적은 ‘2050 탄소중립 실행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 및 개선방안 마련’이다. 김 위원장 외에 민주당 김성환,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동행했다. 수행 역할을 맡은 국회 행정관까지 총 4명이었고, 출장 경비로 항공비 3100여만원 등 총 4934만원을 썼다. 5000만원 예산을 거의 전부 쓰고 온 것이다.
이날 이 의원의 항의를 두고, 국회에서 10년 넘게 일한 한 보좌진은 “해외 출장에 못 낀 의원들이 서운해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따져묻는 건 처음 봤다”며 “김 위원장이 정말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인 상황에 김 위원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주변엔 이 의원의 항의에 애써 웃음을 참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의원도 있었다.
이 의원 측은 “유럽 출장을 못 가서 얘기한 게 아니라, 출장 관련 잘못된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며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에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관련 출장을 다녀오고서 내용도 공유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한 관계자는 “출장지가 유럽 아닌 다른 곳이었어도 그렇게 따졌겠느냐, 촌극이 따로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