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2일 “암컷이 설쳐” 발언으로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 전 의원에게 당원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에서 “기강 해이나 발언 논란, 이런 게 당의 부담이고 위기”라며 징계 필요성을 언급했고 최고위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박성준 대변인이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 당 소속 의원들과 정치인들의 사려 깊지 못한 언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전날 이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에 이어 이날 원내대표까지 사과 입장을 냈지만, 정작 당사자인 최 전 의원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참석 예정했던 행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당 지도부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징계를 내리는 모양새를 취하긴 했지만, 당내에선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로펌 인턴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지난 9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내년 총선에도 출마할 수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어차피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황이라서 6개월 당원권 정지도 의미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최 전 의원의 과거 ‘짤짤이 발언’과 관련해서는 1년 넘게 징계를 사실상 뭉갰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의 단체 대화방에선 22일 새벽까지 ‘암컷 발언’을 놓고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을 주도한 이원욱 의원은 문제 발언을 보도한 본지 기사를 공유하며 “우리 당이 어찌 이리 망가졌나.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러자 “암컷 설쳐” 발언 현장에서 함께 웃었던 친명계 민형배 의원은 “우리 당이 망가졌다니 조선일보가 민주당의 기준이냐”고 했다. 이에 오영환 의원은 “제발 특정 언론, 특정 보수 단체란 이유로 명백한 잘못에 대한 비판마저 매도하지 말라”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당을 사랑하고 더 나은 민주당을 바라는 (오영환) 의원님 진심을 존경한다”고 했다.
이런 비명계 지적에 민 의원은 다시 “(언론 비판이) 과도하니까 문제”라며 “민주당을 공격하는 대로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오 의원은 “최근 잇따른 논란 대응이 늦어진 게 당의 망가진 모습 아니냐”고 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김남국 코인 ▲김은경 혁신위 노인 비하 ▲송영길 전 대표 ‘어린놈’ 발언 ▲청년 비하 현수막 등 연이은 사태에 당 차원 대응이 부적절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도 민 의원은 “우리 당이 망가지길 바라는 시선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보다 못한 전재수 의원은 “(보도가) 과도하다고 말씀하시면 계속 ‘설치는 암컷’이라 하고 다닐까”라며 “공격할 빌미를 안 주기 위해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 험지인 부산 북구강서구갑이 지역구인 전 의원은 “도대체 몇 번째냐. 쎄빠지게 골목길 돌아 놓으면 한 방에 다 말아먹고 제발 좀 말 좀 조심하자.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말, 폭망하는 말 구별 못 하냐”고 했다.
친명 핵심 박찬대 의원은 “실수는 없는 게 좋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 실수도 없다”며 민 의원과 최 전 의원을 감쌌다. 이에 전 의원은 “제발 좀 신중하자. 생각나는 대로, 분노하는 대로 거칠게 다 쏟아낼 거면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라 유튜브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단체 대화방은 민주당 현역 의원 168명의 전용 공간이다. “당 지도부가 중심을 잡아달라” 같은 말도 나왔지만 이재명 대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처럼회’ 구성원이자 “암컷 발언”에 함께 웃었던 김용민 의원은 논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형배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검찰 탄핵 관련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단톡방 관련 질문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런 말 안 했다”고 답했다. ‘암컷’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취재진을 노려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