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열고 “저는 대통령과 자주 만나 3시간씩도 이야기 한다. 하루에 3,4번씩 전화도 한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 주장이 제기되자 ‘윤심(尹心)’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김 대표는 ‘친윤·중진·지도부 험지 출마’를 압박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고 주장하자, 지난 16일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개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혁신위에 ‘윤심팔이’를 하지 말라는 김 대표가 스스로 ‘윤심팔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25일 지역구인 울산 남구 달동과 선암동에서 3차례에 걸쳐 의정보고회를 열고 “내 지역구가 울산이고 내 고향도 울산이고 지역구를 가는데 왜 시비인가”라고 했다. 의정보고회에는 수백명의 지역 주민이 몰렸다. ‘지도부 험지 출마’를 앞세운 인요한 혁신위의 권고안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울산 남구에 또다시 출마할 것이라는 일각 지적이 나오자 공개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김 대표는 울산 남구 지역구에서 4선을 했다.
김 대표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구민들에게 (활동을)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의정보고회는) 국민의 알권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사람들을 큰 체육관에 오시라 초청하면 거기서 으샤으샤 할 때가 많았다”며 “4년 임기 마무리할 시점에 그렇게 할까 했는데, 그렇게 모아서 했다고 하면 세 과시했다 할까 봐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인요한 혁신위로부터 ‘험지 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친윤’ 장제원 의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은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지지자 모임을 열고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장 의원의 외곽 조직 산악회 회원 4200명이 관광버스 92대에 나눠타고 몰렸다.
김 대표는 의정보고회에서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저는 대통령과 자주 만난다”며 “어떤 때는 만나면 한 3시간씩도 얘기한다. 주제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고 그냥 ‘프리토킹’을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또 “어떤 때는 하루에 3번, 4번씩 전화도 한다”며 “밤늦은 시간이더라도 밤 9시, 10시라도 만나서 이야기 나눈다”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일각의 비대위 요구를 일축하고 내년 총선까지 ‘김기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또다시 ‘윤심’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도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한다”며 ‘윤심’을 강조하고 ‘당 지지율 55%, 대통령 지지율 60%’를 공약으로 내걸며 당선됐다.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로서는 윤심을 강조하며 현 체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싶었겠지만 김 대표가 윤심과 가깝다고 강조할수록 역설적으로 총선을 4개월 남짓 앞둔 현재 여권 위기에 대한 김 대표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