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서울 험지 출마를 선언했던 부산 3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최근 같은 당 초선 최재형 의원이 작년 3월 보궐 선거로 당선된 서울 종로에서 출마하겠다고 하자, 당내 인사들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 출마해 당내 경쟁을 하는 게 무슨 험지 출마이며 당을 위한 헌신이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하 의원이) 험지 출마를 한다고 처음에 딱 깃발을 들어서, 지금까지 우리 당의 중요한 지역임에도 한 번도 당선되지 않았거나 우리가 과거 당선을 했다가 상당 기간 빼앗긴 데서 다선자로서 한번 경쟁력을 보이겠다는 걸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초선 의원이 있는 자리”라며 “지금 종로로 가면 결국은 본인이 당선돼도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라고 했다.
윤희숙 전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어쨌든 현역 의원이 계신 곳이다. 그냥 현역도 아니고 0.5선”이라며 “아직 (국회의원이 된 지) 2년도 안 된 0.5선한테 ‘너 비켜, 내가 해야 돼, 왜냐하면 너는 안 될 것 같으니까’ 얘기하는 것은 매우 예민한 문제고 판단도 애매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채널A에서 “하태경 의원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의원님 존경합니다’ 이렇게 문자를 바로 보냈는데 지금은 ‘그 문자 취소합니다’라고 보내고 싶다”고 했고,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MBC에서 “민주당이 현역인 지역구에 출마해서 의석수를 하나 더 가지고 오는 역할을 하겠다고 저희는 해석을 했는데, 이거는 해석이 잘 안 된다”고 했다.
하 의원은 지난 27일 종로 출마를 발표하기에 앞서 최재형 의원에 자신의 뜻을 밝혔고, 최 의원은 “이미 결심한 걸 말릴 순 없다.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하 의원은 이후 주변에도 자신의 뜻을 밝혔는데, 일부는 “험지도 아니고, 명분도 없다”며 종로 출마를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민주당 정청래 의원 지역구인 마포을 같은 곳에 나가 한판 승부를 벌일 줄 알았다”며 “질까 봐 지레 겁먹은 건지 같은 운동권 출신이라 맞붙는 걸 꺼리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때 나와서 본인을 대선 주자급으로 착각해 종로를 고집하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서울 출마 의미는 퇴색됐고, 자기 정치를 위해 잔머리를 쓰는 모습만 남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법무부 장관) 출마설이 나올 때는 종로가 험지고 하태경이 나오면 험지가 아닌 것이냐, 이건 좀 이상한 논리”라며 “종로를 누군가 지켜내야 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해서 저라도 깃발을 들어야겠다고 해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