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양문석 전 고성통영지역위원장. 사진은 작년 5월 양 전 위원장이 경남도지사에 출마했을 때 모습이다./뉴스1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비명계를 겨냥해 “수박 뿌리를 뽑아버리겠다”는 언급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양문석 전 통영고성지역위원장이 ‘당직 자격 정지 3개월’ 징계를 받은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을 뜻하는 은어로 민주당 안에서 주로 개딸들이 비명계 인사를 공격할 때 쓰이고 있다.

전 위원장이 받은 징계는 민주당 당헌·당규상 당 경선 출마에 제약이 없다. 양 전 위원장은 비명계 전해철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상록갑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비명계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식 징계”, “수박 발언 마음껏 해도 상관없다는 결정”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9일 회의에서 양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고 한다. 양 전 위원장이 전해철 의원을 향한 ‘수박’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지 5개월여 만이다.

양 전 위원장은 지난 6월 5일 페이스북에 전 의원의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면서 “수박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고 썼다. " 민주당에 치명적인 반개혁 세력인 ‘수박’의 뿌리를 뽑아버리겠다. 수박 자체를 깨뜨려 버리겠다”고 했다. 개딸들은 SNS에 ‘수박 본진 전해철 털러 간다’ ‘양문석, 안산 상록갑 해처리 격파 임무’ 등이 적힌 홍보물을 올렸다. 양 전 위원장은 유튜브 방송에서는 비명계 인사들을 향해 ‘바퀴벌레’ 등의 표현을 쓰기도 했다. 비명계에서 양 전 위원장을 향한 비판이 커지자, 민주당은 당 단합 훼손과 품위유지 위반 등을 이유로 양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양 전 위원장의 징계 수위가 알려지자, 비명계에선 “사실상 봐준 것” “눈 가리고 아웅”이란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 수위 징계는 ‘제명’, 그 다음이 ‘당원 자격 정지’, 그 다음이 ‘당직 자격 정지’다. 경선 출마 부적격 기준은 ‘당원 자격 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았을 때’다. 전 의원을 수박으로 지칭한 양 전 위원장이 경선에 나서는 데에는 제약이 없다.

비명계의 한 인사는 “양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가 당 안에서 수박 용어를 쓰는 데 대한 일종의 경고 조치가 되길 바랐다”며 “이번 징계 결과는 당 안에서 마음껏 수박이라고 비난하고 조롱해도 된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도 “단순한 사건을 5개월 넘게 끈 것만 봐도, 징계 안 하고 싶은데 억지로 한 것 같은 모양새”라고 했다. “징계가 아니라 훈장 준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