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0일 ‘친윤·중진·지도부의 험지 출마 및 불출마’ 혁신안에 대해 오는 4일까지 지도부의 공식 답변을 달라고 최후통첩 했다. 인 위원장은 김기현 대표를 향해 “혁신위에 전권을 준다고 공언한 말씀이 허언이 아니라면 저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 달라”고도 했다. 당이 스스로 희생하지 않는다면 본인이 직접 공관위원장을 맡아 희생을 이끌어 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 시점에 공관위원장을 누가 할지 그런 말을 하는 게 되겠느냐”며 인 위원장 제안을 즉시 거절했다.
지도부가 4일까지 혁신위의 인적 쇄신안을 받지 않으면 혁신위는 조기 해체 수순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혁신안 수용이 좌절돼 혁신위가 조기 해체될 경우 김 대표가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인 위원장이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는 평가다.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확실한 건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 그래서 당의 책임 있는 분들에게 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했다”며 “혁신의 특징은 제로섬으로 백점 아니면 빵점이다. 받거나 안 받거나”라고 했다. 혁신위 관계자는 “혁신안을 받지 않으면 지도부든 혁신위든 결국 모두 망한다는 뜻”이라며 “인 위원장의 ‘논개 작전’”이라고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달 23일 인 위원장을 만나 “논개처럼 다 끌어안아 버리시라”고 공개 요구했다. 지도부가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혁신위를 해체하고 지도부도 같이 끌어내리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지도부는 지난달 3일 혁신위가 인적 쇄신안을 권고한 이후 “개인이 결단할 문제”라거나 “공천관리위원회가 논의할 사항”이라며 이를 뭉개왔다. 그러자 인 위원장은 이날 “혁신위 제안을 공관위에 넘기겠다는 일방적 답변으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며 지도부를 재차 압박했다. 혁신위는 권고 수준이던 인적 쇄신안도 이날 정식 의결해 최고위원회의에 공식 안건으로 넘겼다.
인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당의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해 “필요하면 해야 한다.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거나, 아니면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나. 원희룡 국토부 장관 같은 신선한 바람이 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몫을 해주십사 내가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인 위원장이 비대위 체제를 거론하며 두 장관을 언급하자 당내에선 “사실상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추천한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인 위원장은 “도대체 희생은 왜 안 하는 건지”라며 “본인들(지도부)이 불러서 병을 진단하고 처방해라 (했는데) 못 받아들이겠다 하면 국민들로부터 매를 맞는다”고도 했다.
인 위원장은 또 당사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를 겨냥해 “혁신위에 전권을 준다고 공언한 말씀이 허언이 아니라면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 달라”며 “혁신안이 공관위를 통해 관철돼 국민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간 지도부가 ‘비례대표 당선권에 청년 50% 할당’ ‘대통령실 참모 등 전략 공천 배제’ 같은 혁신안들을 “공관위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모두 뭉개자 인 위원장이 직접 공관위원장을 맡겠다고 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인 위원장이 실제 공관위원장을 하고 싶어서 그랬겠느냐”며 “‘당이 스스로 희생을 안 한다고 하면 내가 공관위원장이 돼서 내 손으로 희생시켜 주겠다’고 압박하며 또다시 지도부에 공을 넘긴 것”이라고 했다. 혁신위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도부의) 입장 표명이 없다면 차라리 공관위에서 혁신 작업을 실천으로 완성하게 해달라는 요청”이라며 “혁신위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공관위원장을 요청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기자회견 두 시간 만에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 상황이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인 위원장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 것이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인 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혁신위가 결국 조기 해체될 것으로 보는 기류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이라도 하면 인 위원장에게 공관위원장을 주지 않고도 현재 갈등을 수습할 명분이 생길 텐데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혁신위가 조기 해체되면 김 대표 입지만 더욱 난처해진다. 당장 ‘전권을 준다더니 아무 희생도 없더라’는 비판이 안 나오겠느냐”고 했다. 반면 김 대표 측은 “혁신위가 조기 해산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비대위 체제 전환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