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하기 전 사표가 수리되면서 해당 안건은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탄핵안을 세 번 제출하면서까지 ‘이동관 탄핵’을 추진했는데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번번이 수 싸움에서 밀렸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위원장 사퇴를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국정 수행 형태라서 예상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꼼수를 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면서 민주당은 이 위원장 탄핵안을 본회의에 두차례나 보고하고도 표결하지 못하게 됐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달 9일 ‘1차’ 탄핵 시도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처리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하면서 탄핵안을 철회해야 했다. 탄핵안은 국회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가능한데, 국민의힘이 닷새동안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겠다고 주장했다가 이를 취소하면서 표결을 할 본회의 기회 자체가 사라졌다.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허를 찔렸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에 민주당은 탄핵안을 자진 철회했다. 72시간 동안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부결’로 처리돼 정기국회 내에서는 다시 탄핵안을 올릴 수 없어지기 때문(일사부재의의 원칙)이다. 국민의힘은 철회가 불가능하다고 반발했지만 국회 사무처는 자진 철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기 국회 내에 탄핵안 표결이 가능한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가 두번 잡혀 있는 지난달 30일과 1일을 노려 다시 탄핵안을 올렸다. ‘2차’ 탄핵 시도였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표결을 앞둔 1일 오전 사의를 표명하고, 이를 윤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다시금 탄핵안은 표결조차 하지 못하고 폐기되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에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방송통신위원회법’이 아닌 ‘검찰청법’ 규정에 의해 탄핵한다고 잘못 적은 것을 뒤늦게 파악해 탄핵안을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1일 “결국 이동관 아바타를 내세워서 끝내 방송 장악을 하겠다 이런 의도인 것 같다”며 “(방송 장악 관련해서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서 책임을 묻고 또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어쨌든 ‘승리’라는 반응도 나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동관이) 탄핵당하든 사직당하든 방송 장악 의혹에 대한 심판이다. 민주당 승리, 국민 승리다”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거대 야당이 의석 수를 믿고 분명한 탄핵 사유도 없이 총선을 앞두고 방통위 업무를 마비시키려다가 되치기를 당했다”며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명분 없는 탄핵이라 보고 후폭풍 걱정 없이 이런 전략을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최장 180일간 업무가 정지될 수 있어 사실상 방통위 업무는 마비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사의를 표명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리하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6달에 달할수도 있었던 방통위원장 공석 기간이 1~2달로 줄어들 수 있게 됐다. 여권에서는 “방통위원장을 다시 지명하고,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기능 정지는 막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