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오전 전격 사퇴했다.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를 열고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에서 자진 사퇴를 한 것이다. 지난 8월 25일 임명된 지 약 3개월 만이다. 그러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뺑소니 사표 수리”라며 “제2, 제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시키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표가 내년 4월 총선까지 방통위 기능을 정지시키려는 민주당의 의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 2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약 6개월이 걸렸고 그 사이 이 장관의 직무는 정지됐었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도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거대 야당의 탄핵 소추가 이뤄질 경우 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며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이 탄핵을 피해 자진 사퇴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방통위원장을 임명하면 한두 달 이내로 방통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자진 사퇴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탄핵이 될 경우 방통위에 쌓여 있는 민감한 언론 현안들을 총선 때까지 처리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당장 유진그룹의 YTN 인수 승인과 연합뉴스TV의 사업자 변경 심사가 무기한 연기된다. 이달 말로 유효 기간이 만료되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재허가 심사 절차도 중단된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방통위의 가짜 뉴스 관련 업무도 무력화된다. 이 위원장은 그간 가짜 뉴스와 관련, 네이버 등 포털의 책임을 강조하며 사실 조사를 해왔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과 함께 하려던 검사 2인에 대한 탄핵안은 단독 처리했다.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손준성 검사장 탄핵안은 찬성 175표, 반대 2표 등으로,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정섭 검사 탄핵안은 찬성 174표, 반대 3표 등으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