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를 또 ‘비위 검사’로 몰아 공세에 나섰다. 이 대표 수사를 지휘하던 이정섭 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를 탄핵하고 고발한 데 이어, 이 차장검사가 대전고검으로 발령 난 뒤 배치된 후임자에 대해서도 비위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는 3일 낸 입장문에서, 안병수 수원지검 2차장검사 직무대리에 대해 “친윤 사단으로 꼽히는 인물”이라며 “수사 무마, 수사 기밀 유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은 안 검사가 2014년 발생한 ‘KT ENS 대출 사기 사건’의 주범을 수사하면서 관련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수사 기밀을 유출해 부당이득 수십억 원을 본 검사 출신 변호사가 있다는 것이다.
KT ENS 대출 사기 사건은, KT ENS 직원과 협력 업체 대표 등이 공모해 매출 채권을 위조해 은행에서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사기 대출을 일으킨 사건이다. 당시 주범인 서모씨가 불법 대출받은 돈으로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가 있었는데, 이 상장사의 인수·매각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 박모씨가 검찰의 수사 상황을 미리 알고 사건에 개입해 이 상장사의 매각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거뒀고, 이 과정에서 안 검사는 박씨에게 수사 기밀을 유출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은 뉴스타파의 2019년 보도에 근거한 것이다. 해당 뉴스타파 보도는 사기 전과자인 ‘제보자X’가 수감 중에 서씨를 만나 들은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했다. 보도 당시에도 “사기 전과자들의 말을 믿을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 무마 및 수사 기밀 유출 의혹을 받는 검사를 야당 대표 수사 담당자로 임명한 것이냐”며 이원석 검찰총장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수원지검은 즉각 반박 입장문을 냈다. 수원지검은 “안 검사는 KT ENS 사건의 주범을 기소해 징역 20년을 선고받게 했다”며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한 박 변호사와는 일면식도 없어 전혀 알지 못하는 관계”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대형 대출 사기 범죄로 징역 20년 복역 중인 서씨의 주장과 이를 전해 들었다는 소위 제보자X의 일방적 허위 주장만을 근거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점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이 대표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며 ‘좌표 찍기’를 해왔다. 작년 말엔 ‘대장동 사건’ 등을 수사하는 검사 16명의 실명과 소속, 사진 등을 공개했다. 지난 7월엔 이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 4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지난 9월엔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을 수사한 검사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했고, 지난달엔 김건희 여사 일가 관련 수사를 한 검사 2명의 사진과 실명을 공개했다. 이날 입장문을 낸 민주당의 검찰대책위는 전직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의원과 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박찬대 최고위원이 각각 상임·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