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5일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하느냐”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계 은퇴했다가 1995년에 복귀해서 대선에 출마했다”고 했다.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 개편을 앞두고 이낙연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 등이 ‘이재명 대표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하자 DJ의 사례까지 들며 방어에 나선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는 정치가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줘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말씀하신 것”이라며 “정당이 때로는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경우 당당하게 약속을 못 지키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김 전 대통령도 정계 복귀하면서 정중히 사과하고 왜 다시 정치를 해야 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했다”고 했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작년 대선 당시 ‘현 비례대표제 유지’ ‘위성정당 금지’ 등을 공약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최근 현실적 이유를 들어 파기를 시사했고,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약속을 어기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그러면 선거에서 불리해진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현 제도 유지와 위성정당 금지를 지킨다면 총선에서 패배가 예상된다. 이재명 대표 측근인 김영진 의원은 라디오에서 “솔직하게 얘기하면 연동형 비례제(현 제도)는 내각제와 같이 가는 다당제 구조지, 대통령제와 같이 가는 구조는 아닌 것 같다”며 “결단이 필요한 때가 오고 있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과거 제도로 돌아가든 현 제도를 유지하든, 약속을 지키려고 선거에서 진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지도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친이낙연계가 주축인 모임 ‘민주주의실천행동’은 “국민을 무시하는 후안무치한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강력하게 비판한다”며 “민주당이 국민과 약속도 저버린 채 이해득실 계산만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