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는 7일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높이고, 총선 경선에서 현역의원 페널티를 강화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24일 당 지도부가 추진한 안건들이 약 2주만에 일사천리로 통과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전당대회에서는 개딸 등 강성 지지층 표심이 더 강력해지게 됐다. 비명계에서는 “친명계 장기 집권을 위해 꼼수까지 써가면서 당헌을 개정했다”는 반발이 나왔다.
변재일 중앙위원회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중앙위원 490명이 투표한 가운데 찬성 331명으로 재적 중앙위원 과반 이상 찬성해 당헌 개정의 건이 가결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높이고,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10%인 현역 의원의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두 가지 당헌 개정안을 온라인 투표로 표결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중앙위 모두발언에서 “당 지도부로서는 당원 민주주의와 당 민주화 측면에서 당원들의 의사가 당에 많이 반영되는 민주 정당으로 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개정안을 지지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24일 전당대회에서의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비중을 현재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표의 가치를 현재의 3배 이상 높이는 방안도 통과시켰다.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강성 지지층 목소리가 현행보다 더 많이 반영되게 하는 내용이다.
비명계에서는 이날 중앙위 투표 방식이 ‘꼼수’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당헌 개정 사안은 당 대표 선출법과 관련된 당헌 제 25조, 내년 총선 공천 룰을 바꾸는 당헌 제100조 두 건이었다. 하지만 각 안건에 찬반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닌 ‘두 안건 개정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찬반을 대답하게 했다고 한다. ‘모두 찬성’이거나 ‘모두 반대’만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 원외 중앙위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나는 대의원제 개편에는 찬성하고, 공천 룰 개정에는 반대하는데 무조건 둘 다 찬성 또는 반대를 찍으라고 하니 당황했다”며 “민주주의는 절차적 정당성이 핵심인데 투표 방식부터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고 했다. 수도권 비명계 의원은 본지에 “어차피 중앙위원회 구성이 당 지도부 입맛대로라 당헌 개정은 예상했었다”면서도 “투표 방식을 보고 뭐 이런 온갖 꼼수가 다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과거에도 중앙위에서 당헌 개정의 경우 관례적으로 복수 안건을 묶어서 찬반 투표를 해왔다는 입장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헌 개정안은 한꺼번에 당무위에 올라 한꺼번에 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 과정”이라며 “중앙위원들이 두 가지 사항의 내용을 파악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꼼수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불합리해보일 수는 있으나 작년에도 비슷한 사안이 있어 병합해 표결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 비명계 의원은 “이렇게 병합투표를 하는 것이 일반적 과정이라는 생각이 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헌 개정안은 지난달 24일 최고위원회와 27일 당무위를 통과한 데 이어 이날 중앙위 의결로 최종 확정됐다. 비명계는 당 주류인 친명계가 비주류에게 공천 불이익을 주고 차기 지도부까지 독식하려는 의도로 의심하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날 당헌 개정을 계기로 총선을 약 4개월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