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조응천(왼쪽부터), 이원욱, 윤영찬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자리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이 7일 당 중앙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의원들은 “민주당 꼴이 나치당을 닮아가고 있다”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더니 약속 왜 안 지켰느냐”고 했고, 이 대표는 이를 듣고 있었다. 이날 중앙위는 당헌 개정을 토론하고 투표하기 위해 열렸는데 비명계 의원들이 연달아 이 대표와 친명 지도부 비판에 나서면서 ‘이재명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중앙위에 ‘대의원 권한 축소, 권리당원 권한 확대’ ‘국회의원 하위 10% 평가자의 경선 감점 확대’ 등을 새로 넣은 당헌 개정안을 올려 투표로 처리했다. 권리당원 권한 강화는 ‘개딸’의 요구 사항이고, 경선 페널티 확대는 비명계에서 ‘공천 학살’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당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런 결정이 내려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사실상 찬성을 요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 발언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이날 중앙위는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당헌 개정안을 투표 안건으로 올렸다. 이날 찬반토론에서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당헌 개정안에 대해 "직접 민주주의가 정치 권력과 결합하면 독재가 된다"며 "나치가 그랬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토론 과정에서 비명계는 집단 반발했다. 이원욱 의원은 대의원 권한 축소는 ‘직접 민주주의’나 다름없다며 “직접 민주주의가 정치권력과 결합하면 독재가 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나치가 그랬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태극기 부대의 결합이 그랬다”며 “우리가 지금 가려고 하는 꼴이 바로 그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고 했다. 듣고 있던 의원들 사이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는 항의가 나왔다.

이 의원은 가장 앞줄에 앉은 이 대표를 향해 “이 대표가 말하는 ‘국민 눈높이’에서 그 국민이 과연 누구인지 굉장히 의심스럽다”며 “말 바꾸기를 일삼는 것도 다 국민 눈높이인 것인가”라고 했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가 말을 바꾸고, 대선 때 ‘위성 정당 금지’를 약속했지만 최근엔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 등을 꼬집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의원은 “‘김은경 혁신위’에서 제안했기 때문에 당헌을 개정한다는데 김은경 혁신위 제안 1호가 뭐였느냐”며 “1호는 불체포특권 포기였다. 우리 이재명 대표부터 그렇게 하셨느냐, 왜 그건 관철시키지 않느냐”고 했다. 설훈 의원은 “당 단합이 되려면 상호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당 신뢰가 완벽하냐, 나는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헌 개정 이면에) 흑막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신뢰가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손 안 대는 게 좋다”고 했다. 전해철 의원은 “공천 줄 서기 하지 말자고 만든 시스템인데 그걸 지금 바꾸면 어떻게 100년 정당을 만드냐”고 했고, 윤영찬 의원은 의원 평가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축구 경기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심판이 중단시키고 ‘룰 바꿔’ 이러면 되겠냐”고 했다. 전해철 의원은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 윤영찬 의원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구주류다.

그래픽=김성규

비명계의 잇따른 성토에도 친명계 의원들은 토론에 나서지 않았다. 이 대표도 자신을 향한 비판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개딸들 권한이 대폭 강화되는 당헌 개정안은 중앙위원 490명이 투표했고 찬성 331표, 반대 159표로 통과됐다. 통과되긴 했지만 “친명계가 적극 나선 걸 감안하면 반대표가 상당히 많다” “비명계 반대에 돌아선 이들이 꽤 있다”는 말이 나왔다.

같은 날, 당 밖에선 정세균 전 총리가 현 민주당 상황을 “민주주의가 실종된 정당”이라 했다는 말이 전해졌다. 정 전 총리와 가까운 이원욱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정 전 총리 본인이 여태까지 정치를 해오면서 가장 민주주의가 실종된 정당 모습을 보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 하던 시절이나, 정 전 총리가 당대표를 할 때도 정말 괴롭히는 사람이 몇 명 있었고 당시에도 비주류라고 하는 의원이 있었는데 만나서 하나하나 설득하고 같이 가자고 했지 내치려고 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며 “당은 원래 비주류가 항상 존재하는 건데 그걸 그렇게 무시하고 짓밟으려고 하는 모습, 이게 당의 민주주의냐,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시다”고 했다.

정 전 총리의 말은, 최근 정 전 총리와 이낙연 전 대표, 김부겸 전 총리 등을 묶어 문재인 정부의 ‘3총리 연대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마냥 시간을 끌고 연기를 피울 수 없다”며 결정이 임박한 것처럼 말했다. 비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를 앞에 두고서 강한 발언을 쏟아낸 것도 이런 3총리 연대설에 힘을 받은 것이란 말이 나왔다. 이원욱 의원은 ‘3총리 신당’을 가정하며 “그게 진짜 민주당이고, 이재명 민주당은 개딸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을 받은 것도 비명계 적극 행동의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직접 ‘측근’이라 한 김 전 부원장은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이던 2021년 불법 정치자금 6억원을 받은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당시 김 전 부원장은 경선 캠프 총괄부본부장이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이재명 대표와 직접 관련된 혐의 사실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비명계에서는 “정말 경선과 대선 자금으로 쓰였다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서고 그 여세로 국회의원과 당대표까지 선출된 이 대표의 기반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검찰 수사가 아니더라도 측근의 부정행위에 이 대표부터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