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 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을 국회가 재의결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나와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재석 의원 291명 중 찬성 175명, 반대 115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고, 방송법도 3개 모두 반대가 재석 3분의 1을 넘어 부결됐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여당 반대에도 야당 주도로 추진돼 지난달 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불법 행위로 기업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며, 방송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인선에 시민단체 등 영향력을 키우는 법안이다. 앞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도 더불어민주당이 일방 처리했다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대 야당이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립이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이 폐기되자 본회의장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 학대로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을 비롯해 재건축 초과이익 8000만원까지 부담금을 면제하는 법안, 기업 워크아웃 제도를 2026년까지 3년 연장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제정안, 학자금 대출을 취업 후 상환하게 하는 특별법 등을 처리했다. 이를 포함해 이날 처리된 안건은 147건에 달한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은 여야가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해 안건으로 오르지 못했다.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긴 데 이어 21대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처리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20일에는 야당 단독 안이라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