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자체 분석한 내년 총선 판세에서 서울 49석 중 ‘우세’ 지역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6곳인 것으로 알려지자 8일 여당은 ‘후폭풍’에 휩싸였다. 수도권 의원과 출마 예정자들은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가 수도권 총선 승리의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출범한 당 혁신위원회가 활동을 조기 종료하자 당 지도부의 ‘희생’ 등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참패를 경고하는 조사와 지표가 나오고 있는데 당 지도부는 근거 없는 낙관에 젖어있다”며 “국민들은 당 지도부가 책임지고 헌신하는 모습과 총선 승리의 명확한 비전을 보고 싶어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혁신위 조기 해체를 언급하며 “당 지도부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혁신에 응답해야 할 차례”라며 “국민은 지금의 당 지도부에 대한 기대를 거둬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서울 마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추경호(맨 왼쪽) 경제부총리와 국민의힘 윤재옥(맨 오른쪽)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여권은 내년 4·10총선 판세에서 국민의힘이 서울 49석 가운데 우세 지역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6곳뿐이라는 당 내부 분석 내용이 알려지면서 '후폭풍'에 휩싸였다. /이덕훈 기자

서울 종로구가 지역구인 최재형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의 모습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며 “용산과 당 지도부 누구도 사즉생의 절박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최 의원은 “수도권 포기한 ‘수포집권당’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며, 지도부를 향해 “그래서 수도권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했다.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도 “수도권은 버린 자식이냐”며 “혁신을 외면한다면 우리 당은 결국 ‘영남 자민련’(과거 충청도 기반 지역 정당인 자유민주연합)으로 더 쪼그라들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권 의원과 당협위원장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은희(서울 서초갑) 의원은 “서울에서 20석도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필요하지만, 수도권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 제가 듣고 있는 민심”이라며 “혁신위는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를 하면서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런 충정에 대해 책임 있는 화답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수도권이 이렇게 심각한데 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을 그냥 감수하고 가겠다는 거면 이건 민심의 요구에 저항하는 반란”이라며 “반란을 진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영화 ‘서울의 봄’에서 쿠데타군에 맞서는 이태신 장군을 언급하며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이 이제 등장해야 되지 않나”며 “영남 기득권에 안주하는 반란군을 진압하라”고 했다. 영남권이 중심인 당 지도부가 수도권 승리 전략을 내놓지 못할 경우 ‘대안 인물’을 내세우거나 지도부 개편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이만희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고서는 최악의 경우, 경합 지역을 포함해 모든 지역에서 다 진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며 “후보도 정해지지 않아 아직 지역구 여론조사를 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당내에선 ‘서울 우세 6곳’에 대해 당 사무처가 주관적 요소를 포함해 평가, 분류한 것이고, 용산, 송파 등도 ‘경합 우세’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당 관계자 “당이 적절한 수도권 전략을 내놔야 한다는 의미지 패색이 짙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