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제2차 중앙위원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편 논의와 관련해 ‘현행 선거제 유지 여부’, ‘위성정당 창당 여부’ 등을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민주당이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하고 과거의 선거제인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되돌리는 수순에 돌입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인사들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선거제 개편 관련 여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질문은 선거제 개편 논의와 관련해 ‘21대 총선에서 시행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과거 20대 총선까지 시행됐던 병립형 비례대표제’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선거제라 판단하는지 물었다고 한다.

또 위성 정당과 관련해선, 현행 선거제가 유지될 경우 국민의힘이 위성 정당을 만들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경우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하는지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민주당이 진행 중인 여론 조사는 ‘일반 국민 대상’과 ‘당원 대상’으로 각각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원이 아닌 국민들과, 당원들의 생각 차이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여론조사에 대해선 “사실상 선거제 과거 회귀 작업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왔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과거 선거법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오면, 당 지도부가 이를 근거로 선거법 개정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다. 민주당은 지난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도 ‘원인을 제공한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에 반해 후보를 내면서 전 당원 투표를 한 적이 있다. 당원 투표에서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오자 ‘정당성’을 갖췄다며 후보를 냈던 것이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는 민주당이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뺀 채 군소정당과 연합해 사실상 단독 처리한 선거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민주당이 20대 총선까지 적용됐던 ‘병립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로 되돌릴 경우 “더 좋은 제도라면서 바꿔놓고 이제 와서 다시 되돌리는 게 맞느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주당 안에서는 “현행 선거법으로 하면 민주당이 의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거제 개편 논의와 관련해 침묵하던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돌연 “선거는 승부다”라며 “이상적인 주장으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나”라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지난 5일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하느냐”고 했다. 민주당의 총선에서 이기는 방법이라면 선거제를 과거로 되돌리든, 또는 위성 정당 창당이든 어떤 것도 도모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위성 정당 금지’를 공약했다. 위성 정당을 만들면 공약 파기가 된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의석수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위성 정당 금지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과거 선거법으로 되돌리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지난 20대 총선까지 시행된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아예 따로 뽑기 때문에 거대 양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 이유가 없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선거법 날치기 이전으로 돌아가자”며 과거 선거제로 되돌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같은 입장을 보일 경우 선거제 논의가 속도를 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