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3개월여 앞둔 13일 부산에서 만난 시민들은 “살기 팍팍해 여당이나 야당이나 신물이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최근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잇단 정부의 인사 실정 등을 거론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을 내비쳤다. 이를 기회 삼아 민주당 지도부는 부산을 방문해 표심 공략에 나섰지만, “민주당이 사사건건 발목 잡기만 한다”는 반감도 만만치 않았다.
이날 부산역에서 만난 이흥규(65)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살기가 너무 팍팍하다. 번화가 상가는 임대 천지에 헌옷 장사만 가득하다”며 “정치하는 것들을 보면 여당이나 야당이나 쳐다보기도 싫다”고 했다. 택시 기사 김원문(71)씨는 “부산 민심이 서울보다는 낫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요새 부산에서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이준석 하나 못 끌어안는 모습에 실망한 부산 사람이 많다”고 했다. 다른 인사는 “대통령 측근들이 문제”라며 “장관도 자기 아는 사람만 시키다 탈이 나고, 부인 때문에 욕을 더 먹고 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민주당은 요동치는 부산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부산시당에서 현장최고위원회를 열어 정부의 엑스포 유치 실패를 비판하고, 지역 현안 사업 추진을 약속했다. 이 대표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가 사실상 중단됐고 엑스포 유치 실패 후에 부산을 위한 각종 사업도 중단되지 않을까 많은 부산 시민들이 우려하는 것으로 안다”며 “가덕도 신공항이 온전히 개항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오후엔 수영구·진구·연제구 등 부산 지역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만나 ‘선(先)보상·후(後)구상’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전세 사기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부산에선 민주당에 대한 반감도 여전했다. 수영구의 선짓국 식당에서 일하는 배선아(60)씨는 “이재명은 입만 떼면 거짓말하는 사람 아닝교, 완전 별로”라고 했다.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선 “영부인 되기 전에 있었던 일을 가지고 대통령을 흔들어서야 되겠나”라고 했다. 여권의 물갈이에 대한 기대감도 보였다. 부산 수영역에서 만난 정모(45)씨는 전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에 대해 “진작 그만뒀어야 하는데, 이제라도 결단한 건 ‘싸나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