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당이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저의 몫”이라며 당대표직을 사퇴했다. 취임 9개월 만이다. 총선을 119일 앞둔 시점에서 대표가 사퇴하면서 국민의힘은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현 원내대표) 체제를 거쳐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이 차기 지도부로 거론된다. 김 대표는 이에 앞서 이준석 전 대표와 만나 당의 상황과 자신들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돼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 총선 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라며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 反求諸己·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당정 일체’를 강조하며, 친윤계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대표로 선출됐다. 하지만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패배했고, 이후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원회로부터 불출마 등 ‘희생’ 요구를 받아왔다.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로 김 대표 당선을 이끈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은 지난 1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대표는 이날 내년 총선과 관련,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가 사퇴하면서 당은 윤재옥 원내대표가 짧은 기간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와 중진연석회의를 열어 비대위 구성 문제 등을 논의한다. 윤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명하면,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은 비대위로 전환된다. 윤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당의 위기 상황을 빨리 수습하고 총선 승리 준비에 매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