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4일 전날 김기현 대표 사퇴에 따라 당 지도 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3선 이상 중진 연석회의 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총선을 치르자고 뜻을 모았다”며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비대위원장을 선임할 것”이라고 했다.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윤 권한대행은 또 최고위원 회의를 마친 뒤 “국민 눈높이에 맞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분, 선거를 앞두고 총선 승리라는 지상 과제를 우리가 달성하는 데 능력과 실력을 갖춘 분 기준으로 물색하겠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언론 보도에 후보군으로 올라가 있는 인사들의 이름이 거명됐다고 한다. 당 안팎에서는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원희룡 국토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회의서는 또 기존 수직적인 당정 관계를 보완할 수 있도록 당이 독자성을 가지고 주도적 역할을 실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용산의 대리인은 안 된다. 그럼 국민이 어떻게 보겠나”라며 “그런 문제를 보완하고 해결할 수 있는 비대위원장이 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들의 중지를 추가적으로 모을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지금 국민의힘은 총선에 도움이 된다면 악마라도 비대위원장으로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 계열 정치인 출신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경우 정통 보수 인사는 아니지만 민주당의 강성 이미지가 없어 국민의힘을 개혁할 외부 인사로 적절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동시에 민주당 대표 출신이어서 여권 내에선 이질감이 있고, 국민의힘 영남 출신 의원들을 비롯해 당내 거부 정서가 크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비해 보수 정당 정치인 출신인 원 장관은 국회의원과 도지사 등 20여 년간 쌓은 다양한 정치 경험을 토대로 안정적으로 비대위를 이끌 수 있는 경륜이 장점으로 꼽힌다. 내년 총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등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히며 희생적 면모도 보였다. 다만 아직은 국민적 지지율이 낮고, ‘이재명 저격수’ 역할을 해 야당과의 마찰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여권 인사 중 대선 지지율 1위인 한 장관은 ‘기존에 보지 못한 정치인상’으로 당원과 지지자, 국민적 인기가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반면 검사 출신으로 “또 검사냐”란 피로감이 있고, 정치 무대에서 전혀 검증된 적이 없어 총선 체제를 지휘해야 할 비대위원장 직책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친윤·중진·지도부 희생’을 요구해 결과적으로 김 대표 사퇴와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이끌어 낸 인 전 위원장은 비정치권 인사로서 현재 국민의힘에 필요한 혁신과 쇄신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혁신위 기간 “나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 달라”고 하는 등 기존 정치 문법과 다른 거친 화법의 ‘설화 리스크’가 단점으로 거론된다.
현재 국민의힘이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으로 수직적 당정 관계가 지목된다는 점에서, 지난 3월 전당대회 당시 ‘윤심’에 밀려 당대표 선거 출마를 포기한 나경원 전 의원도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나 의원은 이날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 집중하겠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다음 주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윤 권한대행은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비대위원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선 예산안 통과 등에 집중한 뒤 시간을 갖고 출범시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