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전 대표./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는 20일 김부겸 전 총리, 28일 정세균 전 총리와 만남을 추진하는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당의 단합을 위해 원로들이 말씀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 총리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김 전 총리가 비명 연대로 뭉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이낙연 고립 작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최근 신당에 속도를 내는 이 전 대표를 바라보는 나머지 두 총리의 마음도 편치 않다”며 “이 대표가 이들과 만나 ‘원 팀’을 강조하면 이낙연 신당 동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김 전 총리가 당내 친명계와 거리를 둬왔지만 그렇다고 이 대표와 척을 질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만남은 불발됐다. 두 사람은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 김대중’ 시사회 주최 측으로부터 18일 오후 2시 행사 초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사전 일정을 이유로 이날 오후 7시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민주당에선 이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 창당을 만류하는 연판장도 돌기 시작했다. 강득구·강준현·이소영 등 초선이 주도한 이 연판장엔 17일까지 80여 명 의원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주·윤후덕·우원식·송갑석 등 비명계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연판장에서 “이 전 대표가 있을 곳은 이 전 대표를 키워준 민주당”이라고 했다. 이들은 조만간 이낙연 신당 반대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민석 의원은 이날 이 전 대표를 “사쿠라 신당, 사쿠라 반란”이라는 표현으로 공격했다.

친문계 전해철 의원도 이날 “더는 신당을 추진해선 안 된다”며 “당 안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웠던 호남 인사들도 연일 탈당을 만류하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0리도 못 가 발병 날 그 길은 가지 말라”며 “그 길을 가본 경험자 선배가 드리는 충언”이라고 했다. 그는 2016년 민주당을 탈당,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에서 4선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민주당에 복당했다.

당 밖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 전 대표를 압박했다. 그는 전날 건국대 강연에서 “이낙연 신당에 갈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 등에 주어진 과제는 윤석열 정권 심판인데 이 전 대표가 택한 경로는 그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정부에서 친문 지지층은 ‘문(재인)을 여니(낙연이) 조국이 보인다’며 세 사람을 19·20·21대 대통령으로 각각 묘사한 홍보물을 만들어 돌리기도 했는데, 세 사람이 제 갈 길로 가고 있는 셈이다.

당 안팎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는 “그쪽 동네의 오래된 정치 습관”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채널A 인터뷰에서 “모욕하고 압박하고 억압하고 그런 방식으로 해결해온 버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탈당과 신당 창당 시기와 관련해선 민주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