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한동훈 법무 장관의 비상대책위원장 추대 문제를 논의하려고 18일 개최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추대 의견이 다수였지만, 반대 의견도 상당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윤계 인사는 “찬성이 2명이면 반대와 우려가 1명 정도였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날 연석회의에는 내년 총선 국민의힘 후보자인 원내외 당협위원장 200여 명이 모였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연석회의 후 “의견이 모아졌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중요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다”며 “필요한 절차가 조금 남아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거친 후에 판단을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당 내부에선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에 대한 여론조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권한대행은 “내일 모레 이틀간 예산안 처리가 지금 중요하다”고도 했다. 당장 비대위원장 선임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권한대행은 회의 모두 발언에선 “김기현 대표 사퇴 이후 국민의힘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 지도 체제 정비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했었다.
당초 이날 회의 전엔 “사실상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 회의가 될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에 반대한 당내 비주류 의원들이 상당수 이날 회의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한 비주류 의원은 “결론을 정해 놓고 하는 회의에 굳이 들러리 설 필요가 있나”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 회의에 들어가자 반대 의견이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고 한다.
이날 찬성 발언은 주로 친윤계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주도했다고 한다. 정진석 의원도 “한 장관에 대해서는 다들 호감을 갖고 있고 뛰어난 역량을 다 인정하시는 거 같다”고 했고, 송석준 의원은 “의총 때보다 훨씬 비상시국이라 결집해서 가자는 분위기가 자발적으로 있었다”고 했다.
김성태 서울 강서을 당협위원장은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서는 아끼는 선수 없이 국민적 인지도와 대중성이 있다면 그 선수를 제일 먼저 세워야 되지 않느냐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했고, 지상욱 서울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한 장관을 아껴 쓸 때가 아니다. 한 장관이 보석이라면 더 빨리 써야 한다”고 했다. 여권의 대선 후보 1위인 한 장관을 사실상 당대표인 비대위원장으로 조기 등판시킬 경우 일회용으로 소진할 수 있다는 비주류 일각의 우려를 반박한 것이다. 검사 출신인 김진모 충북 청주 서원당협위원장은 “두 번이나 한 장관과 일해봐서 아는데 강성으로 장관 수행할 수밖에 없어서 그렇지 부드럽게 변신할 수 있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한 장관이 (대통령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더 주도적인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했고, 장예찬 최고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지지율 낮은 사람 억지로 임명하는 게 더 이상하다”고 했다.
반면 비주류인 조해진 의원은 “당이 제일 어렵고 복잡하고 시끄러울 때인데 당에 들어오자마자 (비대위원장으로) 그걸 다 막게 되면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이승환 서울 중랑을·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한 장관이 발언을 하면 이해 충돌로 비칠 수 있다”고도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비대위와 관련한 이런저런 나의 생각이 있지만 말을 아끼고 싶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름이 나오기도 했다. 최재형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에 익숙했던 분들이 과연 (대통령에게 직언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국민들이 보기엔 그런 의구심이 있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직후 14일 중진 연석회의와 15일 의원총회에 이어 이날 회의까지 참석 범위를 넓히며 비대위 구성과 비대위원장 인선 의견을 수렴했다. 윤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 후보를 지명하면 당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