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세 총리. 왼쪽부터 이낙연, 정세균, 김부겸. /연합뉴스·뉴시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만나 김부겸 전 총리를 포함한 ‘문재인 정부 3총리’ 회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 사람 모두 이재명 대표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데, 회동이 성사될 경우 이 대표 압박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야권 일부에선 이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며 전직 총리를 선대위원장이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세 총리에게 자리를 배분하거나 권한을 맡길 가능성은 단 1%도 없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1시간 동안 조찬 회동을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회동 후 입장문을 내고 “두 사람은 국가와 민주당 안팎의 문제들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적절한 상황이 조성된다면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포함한 ‘3총리 회동’을 추진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면서 그동안 정·김 전 총리는 3총리 회동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내 공천 갈등이 격화하고,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당의 통합과 쇄신을 위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에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3총리 회동이 이뤄지면 세 사람이 이 대표를 향해 ‘통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통합은 포장일 뿐, 실제론 자신들 계파에 대한 지분 요구”라고 보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내년 총선 공천에서 친이낙연계, 친정세균계 인사들을 챙겨달라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한 친명 의원은 “김부겸 전 총리나 이낙연 전 대표 모두 차기 대선에서 승부를 볼 생각을 하는 사람들 아니냐”라며 “그러기 위해선 총선에서 자기 사람들이 살아남아야 하니, 이 대표를 상대로 공천 지분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지도부 의원은 “3총리 만남 자체가 이 대표에게 압박이 될 수밖에 없긴 하다”면서도 “진짜 만난다면 정·김 전 총리는 ‘정치적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정·김 전 총리가 신당 창당을 공언한 이 전 대표와 같은 목소리를 내기엔 부담이 클 것이란 주장이다.

이 대표 측은 당 안팎에서 3총리 총선 역할론이 거론되는 것을 두고도 불쾌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 20일 김 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 대표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친명 인사는 “문재인 정부 총리를 지내고 정권을 내준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선대위원장·공관위원장 같은 자리를 가져간다는 것은 당원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친명 지도부 의원은 통화에서 “통합과 혁신이라는 두 가지 과제 중에 통합보다는 혁신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데, 이들이 전면에 나서는 건 혁신과는 멀어지는 길”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자 검증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최성 전 고양시장은 이낙연 신당 합류를 선언했다. 최 전 시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에 의한 북한 수령체계식 불법·부당한 공천 학살을 당한 후 이낙연 전 총리가 추진하는 신당에 참여하기로 결단했다”고 했다. 최 전 시장은 친명계 초선 한준호 의원 지역구(경기 고양을) 출마를 준비해 왔으나, 공천 심사에서 ‘고양시장 시절 당정 협의를 안 했다’는 이유로 배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