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발표한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문에는 정치에 대한 한 위원장의 생각이 담겼다. 10분 분량으로 한 위원장이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1973년생으로 ‘X세대’에 속하는 한 위원장은 90년대 대중문화의 대표 주자인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 가사도 연설문에 차용했다.
한 위원장은 연설 말미에 “여러분, 동료 시민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까?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라고 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2년 발표한 ‘환상 속의 그대’에 나오는 ‘무엇을 망설이나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라는 부분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한 위원장이 X세대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민주당 주축인 86세대와 대비되는 인상을 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위원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총리 처칠의 연설도 인용했다. 처칠은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존경하는 인물로 꼽으며 연설에서 인용한 적이 있다. 한 위원장은 처칠의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라는 연설 발언을 차용하며 “이대로 가면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를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낄 만하다. 저는 용기 내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또 “우리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운동권 특권 세력과 싸울 거다. 호남에서, 영남에서, 충청에서, 강원에서, 제주에서, 경기에서, 서울에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처칠은 1940년 의회 연설에서 나치에 대한 항전을 촉구하며 “우리는 해안에서 싸울 것이며, 상륙 지점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들판과 거리에서 싸우고, 언덕에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작년 영국 하원 연설에서 이 부분을 인용했다.
이날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 목도리를 하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은 한 위원장은 작년 5월 법무부 장관 취임식 때 맸던 넥타이를 착용했다. 넥타이에는 용비어천가의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린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