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물먹지 않은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28일 오전 11시 비대위원 인선을 발표한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한 말이다. ‘물을 먹는다’는 것은 낙종(落種)을 뜻하는 언론계 용어다. 박 대변인의 발언은 이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직접 인선한 비대위원 면면이 공식 발표되기 전까지 어떤 언론도 미리 취재해 보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보안이 철저했다는 의미다.
실제 한 비대위원은 “크리스마스쯤 한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을 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면서도 “보안을 신신당부했기 때문에 기자들의 전화가 올까 봐 휴대전화를 일부러 꺼놨다”고 했다. 박 대변인조차 발표 직전에야 인선안을 전달받는 바람에 비대위원의 나이를 물어보는 취재진 질문에 부랴부랴 자료를 찾아보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치권에서는 특수부 검사 출신인 한 위원장이 인사를 하면서도 기밀주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도 국회에 나오지 않고 서울 모처에서 사무총장과 대변인 등 주요 당직 인선 구상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장 전용 차량도 국회에 두고 수행 비서도 대동하지 않았다. 당직자들은 “우리도 비대위원장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GPS(위치 정보 시스템)라도 달아드려야 하나 싶다”고 했다.
내년 총선 실무를 총괄하는 이만희 사무총장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한 위원장에게 직접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한 위원장이 이 사무총장을 비롯해 일괄 사의를 표명한 전임 지도부 주요 당직을 모두 교체할지 일부 유임할지 당내에서도 의견만 분분한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당직 인선에서 대변인단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의원이 맡을 수석대변인 정도를 제외하고는 일반 국민에게 호소력 있는 외부 인사들을 영입해 4~5명 규모의 대변인단을 꾸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 위원장은 29일 오후 4시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인사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할 예정이다.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직접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