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단독 처리했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의 책임자 처벌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게 특별법의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재난을 정쟁화하고 갈등을 증폭시키기 위한 정략적 의도가 깔렸다”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與, 본회의장 퇴장 - 9일 국회 본회의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상정되자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까지 국민의힘과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하자 특별법 처리를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특조위 설치보다 유가족 보상 및 피해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의 안전이 아니라 정쟁과 갈등을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지에 대해 “조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특별법이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로 여기까지 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작년 4월 특별법을 발의한 뒤 8월에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에서 통과가 어려워 보이자, 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법사위를 건너뛰었다.

국민의힘은 특조위를 빼고, 유가족 지원과 피해 보상에 초점을 맞춘 특별법을 지난달 따로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설치를 주장하는 특조위가 ‘세월호 특조위’처럼 뚜렷한 성과 없이 정쟁만 유발할 것이라 해왔다. 민주당이 낸 특별법의 특조위 권한 등의 내용은 2014년 세월호 특조위와 유사하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선 지난해까지 8년 동안 9차례 수사와 조사가 되풀이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참사의 원인이나 책임 소재와 관련해 새로 드러난 사실은 거의 없었고, 예산 수백억 원이 투입돼 야권 인사들의 일자리만 챙겨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픽=정인성

국회 예산정책처는 60명 규모의 이태원 참사 특조위가 구성되면 2년 동안 재정 96억여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인건비가 72억원으로 75%를 차지한다. 국민의힘은 “추가로 요구할 예산도 수십억 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특별법의 일부 내용을 고친 수정안을 제출해 통과시켰다. 조사위원 수를 17명에서 11명으로 줄이고, 최대 1년 9개월이던 조사 기간도 1년 6개월로 줄였다. 특별법 시행일은 4월 10일부터로 했다. “특별법을 총선에 이용하려 한다”는 안팎의 비판에 따른 조치다.

민주당은 원래 법안에 특조위가 ‘특별검사 수사’를 국회에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넣었다. 국민의힘은 “특조위 조사가 의도한 대로 안 되면 아예 특검을 띄우겠다는 의도”라며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지목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지난달 특검 요구 권한은 빼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에, 민주당 출신 의장까지 비판하자 민주당은 이날 수정안에서 특검 요구 조항은 삭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특별법이 규정한 특조위가 편파적이고 초법적 권한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특조위 조사위원 11명 중 7명을 야당과 유가족 단체 등이 추천하게 돼 있어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만희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특조위의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압수 수색을 할 수 있고, 동행 명령에, 청문회 실시까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미 참사 책임을 물어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구청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또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겠다는 건 결국 윤 대통령과 정부 공격에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