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비명계 조응천 이원욱 김종민 의원 3명이 주축이 된 신당 미래대연합이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을 가진 가운데 이낙연 전 총리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김종민 의원이 출범식 전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고 있다.

제3지대 신당을 추진 중인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 양향자 의원, 금태섭 전 의원이 14일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 총집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 국민의힘·정의당에서 각각 나온 정태근·박원석 전 의원이 중심이 된 미래대연합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당 발기인 대회와 창준위 출범식을 잇따라 열었다. 미래대연합은 발기취지문에서 “양당 독식 기득권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며 “승자 독식 정치에서 다당제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고 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 출범식 및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김종민, 박원석, 조응천, 이원석, 정태근 공동추진위원장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민, 박원석,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조응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원욱,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 정태근, 최운열 전 의원, 최성 전 고양시장. 2024.1.14/뉴스1

◇이낙연 “큰 텐트로” 이준석 “큰 집으로”

새로운미래(가칭) 창당을 추진 중인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텐트를 크게 쳐달라. 추우면 어떤가. 기꺼이 함께 밥 먹고 함께 자겠다”고 했다. 개혁신당(가칭)을 준비하는 이준석 전 대표는 “텐트보다 멋있는, 비도 바람도 막을 수 있는 큰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2021년 국민의힘 당대표 취임사를 인용한 ‘비빔밥 연설’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고명이 각각의 색감과 식감을 유지한 채 올라가는 것이 비빔밥의 성공 비밀”이라며 조응천(대구·고기), 이원욱(보령·버섯), 김종민(논산·쌀), 박원석(고양·행주치마), 정태근·금태섭·이준석(서울·미나리), 양향자(화순·더덕), 이낙연(영광·고추)의 출신지와 특산물을 열거했다. 그는 “이것만 내놔도 비빔밥 구성 요건이 갖춰졌다”며 “이것을 멋진, 삐까뻔쩍한 식당에서 국민에게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새로운선택 금태섭,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도 제3 지대 빅 텐트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 김종민 의원은 이날 출범식 전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 20여 분간 대화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심전심이 확실히 느껴지는 미팅이었다. 희망적”이라고 했다. ‘낙준’의 이른바 케미(유대감)를 묻는 질문에는 “아주 좋다”며 “두 분의 대화가 아주 잘 되더라”고 했다.

그래픽=정인성

◇비슷한 신당명에, 정치권도 “헷갈려”

이날 미래대연합 당대표는 조응천, 원내대표는 김종민, 사무총장은 이원욱 의원이 맡기로 했다. 소속 의원 전원이 당 3역을 분담한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는 오는 16일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을 열 예정이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신경민·최운열 전 의원 등이 합류한다.

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이 대표를 맡은 한국의희망은 지난해 8월 가장 먼저 창당한 제3 지대 신당이다. 새로운선택은 민주당 출신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창당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류호정 의원이 당적을 유지한 채 합류했다.

한편 미래대연합·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한국의희망·개혁신당이라는 신당명에 여의도 관계자들조차 “헷갈려 죽겠다” “그 당이 그 당 같다”는 반응이다. 현장에선 ‘이낙연당’ ‘이준석당’ 같은 명칭이 더 자주 들린다. 기득권 양당 체제를 타파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제3 지대에서 선택할 수 있는 표현이 제한적인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설 연휴 전 대통합 가능한가

5개 신당은 설 연휴 전 통합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공천 주도권 등을 놓고 벌써 잡음이 나온다. 미래대연합이 이낙연 전 대표에게 ‘대선 불출마’ 등을 요구했다는 최근 일부 보도에 새로운미래 신경민 전 의원은 지난 13일 “그런 요구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당초 처음부터 함께할 것으로 관측됐던 민주당 출신 현역들과 이 전 대표 측 간 신경전으로 일단 ‘각개약진’하기로 한 것도 사실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최근 연일 이준석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준석 전 대표 주변에선 “우리 지지율이 더 높을 텐데 굳이 민주당 출신들 손을 잡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이 계속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도 “떴다방 같은 결사체엔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두 세력은 지지 기반이 이질적인 데다 대북·안보 등 이념 차이도 넘어야 할 산이다.

개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정당 기호 부여 기준은 3월 하순 현역 숫자”라며 “양당 공천에서 탈락하는 현역들도 ‘되는 당’을 보고 올 텐데, 그때까진 우린 전혀 급하지 않다”고 했다. 5개 신당이 3월까지도 신경전을 계속 벌일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