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15일 “국민의힘의 귀책으로 재·보궐선거가 이뤄지면, 공천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와 금고형 이상 형 확정 시 세비 반납 공약에 이은 한 위원장의 세 번째 정치 개혁 공약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우리 당은 실용적, 합리적으로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길을 찾는 보수 정당이지만, 지금의 민주당보다 훨씬 개혁적이고 더 진보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총선과 함께 보궐선거가 예정된 대구 중구 기초의원 선거구 두 곳 중 국민의힘 소속 의원의 문제로 선거를 치르는 한 곳은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작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선거는 국민의힘 소속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작년 5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아 치러졌다. 국민의힘 당규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 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하면, 후보자를 내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당은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받은 김 전 청장을 후보로 냈다가 참패했다. 당 관계자는 “전임 지도부 때 일이지만, 한 위원장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문제부터 사과했어야 진정성을 더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도 2020년 당 소속 시장들의 성 비위 사건이 불거져 이듬해 치러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냈다. 민주당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 사유로 치러진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민주당은 후보를 내려고 당헌을 고치기까지 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1일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에서 당시 일을 두고 “제가 민주당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당의 귀책으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면 후보를 안 낸다는 정당들의 공언과 이를 못 지킨 데 대한 사과는 너무나 진부한 표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강서구청장,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원칙과 약속을 깬 정당이 패배했다”며 “그래도 정당들은 지도부가 바뀌거나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약속을 깰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