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4선 이상 당 현역 중진들과 만났다. 이날 만남은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전날 같은 지역구에서 3선 이상 당선된 중진은 최대 35%를 감점하는 내용의 공천 심사 기준을 발표한 직후였다.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다선이라고 기계적으로 점수를 깎진 않을 것이며 당 기여도 등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4선 이상 중진 15명과의 오찬 자리에서 “이기는 선거를 위해서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상현 의원은 “공천 룰을 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러나 물밑에선 영남·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날 발표된 공천 기준에 대한 반발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전날 동일 지역에서 3선 이상을 한 중진에게 경선 득표율에서 기본적으로 15%를 감산하고,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30%는 20%를 추가로 감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출신이나 당 영입 인재 등 친윤 성향의 정치 신인에게 유리한 구조란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공천 기준이 발표되자 현역 의원으로 공관위원을 맡고 있는 이철규 의원에게 항의성 전화도 많이 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공천 심사에서 여론조사 비율을 40%만 반영하고 객관화가 어려운 당·사회 기여도 등을 대거 반영한 것도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공관위의 ‘주관적’ 요소가 많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전날 “질서 있는 세대교체”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중진들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아도 용산이 꽂은 인물로 물갈이될까 봐 속으로는 부글부글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현역 컷오프 비율(10%·7명)이 예상보다 낮게 설정된 점에서 내심 안도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과거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이 40%를 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일단 컷오프는 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현재 룰만 보면 일방적인 물갈이는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