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일제히 저출생 대응 정책을 4월 총선 대표 공약으로 발표했다.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고 국민들이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이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하면서, 여야가 저출생 대책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서울 강남구에 있는 스타트업 ‘휴레이포지티브’를 방문해 ‘일·가족 모두 행복’ 공약을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저출생 문제는 국가 소멸 우려까지 언급되는 미래의 문제이지만, 청년과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삶에 대한, 현재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부부 간 육아 부담의 격차, 중소기업·대기업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저출생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공약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 방점을 뒀다. 국민의힘은 먼저 여성 위주의 기존 ‘출산휴가’를 부부가 모두 가는 ‘아이맞이 휴가’로 개편해, 부부가 모두 출산·육아에 집중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은 아내가 임신하면 출산 전이라도 남편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하고, 아내가 자녀를 출산하면 남편도 1개월간 ‘아빠 휴가’라는 유급 휴가를 갖도록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육아휴직 기간에 받을 수 있는 급여의 상한은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올린다.
국민의힘은 또 자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부모에게 매년 5일의 ‘자녀 돌봄 휴가’를 유급으로 제공하고, 부모가 직장에서 기존에 받던 급여를 그대로 받으면서 쓸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한도를 현행 1일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중소기업에는 출산·육아로 잠시 직장을 떠난 직원을 대신하기 위해 외국인을 고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육아휴직자의 일을 대신하는 직장 동료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해 이들에게 ‘동료 수당’을 주겠다고 했다. 직원의 출산·육아를 잘 지원하는 중소기업에는 법인세를 깎아주겠다고 했다. 여성가족부를 없애고 부총리급의 ‘인구부’를 신설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에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 주재로 발표회를 열고 ‘저출생 종합 대책’을 내놨다. 이 대표는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고, 그 원인은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이라며, “그래서 획기적인 정책 패키지를 준비했다. 모든 신혼부부의 기초 자산 형성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내놓은 저출생 대책의 핵심은 현금 지원이다. 민주당은 신혼부부에게 소득·자산과 상관없이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해주고, 이후 첫째 자녀를 낳으면 이 대출을 무이자로 전환해주겠다고 했다. 둘째 자녀를 낳으면 원금의 절반인 5000만원이 감면되고, 셋째 자녀를 낳으면 원금 전액이 감면된다.
또 둘째 자녀를 낳으면 24평, 셋째 자녀를 낳으면 33평짜리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임대 기간이 끝나면 분양해주겠다고 했다. 자녀 앞으로는 정부가 펀드를 개설해주고, 펀드에 18세가 될 때까지 다달이 10만원을 넣어주겠다고 했다. 부모에게는 자녀가 8세가 된 때부터 17세까지 매달 ‘아동 수당’으로 2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또 직장인이 출산을 했을 때 유급 출산휴가·육아휴직 기간에 급여를 계속 받는 것처럼, 미취업자가 출산을 했을 때도 일정 기간 정부가 돈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야는 곧바로 저출생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효과, 재원을 두고 공방을 시작했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현금 지급 정책을 추진하는 데 “연간 28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하면서도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좋은 걸 다 모아서 1년에 28조원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상관없다는 식의 정책을 제공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 공약에 대해 “휴가를 더 주는 것 정도로 아이를 낳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홍석철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장은 “보육·주거 등 다른 분야 공약도 준비돼 있으며 순차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