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정보통신기술 전문 기업 더비즈온에서 '함께하는 AI의 미래' 민당정 간담회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18일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은 19일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일부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과 조율 없이 나온 발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기류와는 별개로 대통령실 참모진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명품 가방과 관련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한다. 다만 윤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19일 오후 ‘김 여사 사과 문제를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로 갈등이라고 할 만한 건 없다”고 했다. 전날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도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명품 가방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론을 대응 기준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여당 관계자는 “한 위원장도 주요 이슈에 대해 용산, 당 지도부와 상의하겠다는 뜻은 분명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날 오전 한 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가 비공개 회동을 한 것은 명품 가방 문제의 해법을 두고 여권 내부의 갈등이 노출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된 후 당무와 인재 영입을 주도했다. 윤 대통령이 주변에 “당무는 한 위원장에게 다 맡겼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영입한 인사들이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공개 요구했고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정당”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 사안의 본질은 최모씨가 사전에 물품을 구입하면서 그 과정을 촬영해 놓고 김 여사와의 만남 장면을 몰래 촬영하는 등 기획성 공작이라고 보고 있다. 한 위원장은 사건이 ‘함정 몰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한 인사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당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건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발언의 취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표현 등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마리 앙투아네트까지 언급한 것은 그 취지를 이해한다 해도 지나친 감이 있다”고도 했다.

여당에선 이날도 김 여사 사과 주장이 공개적으로 이어졌다. 한 위원장이 영입한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비열한 사정이 있었든 없었든 물건을 수수한 것이 드러났고 잘못한 것은 틀림없다”며 “빨리 국민에게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호 의원도 “국민들은 어떻게 공작이 이뤄졌는지 알면서도 ‘죄송하다’를 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여당은 서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조화로운 소통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에선 작년 11월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이 불거진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악의적 함정 몰카’라는 본질이 도외시된 채 김 여사를 표적으로 정권을 흔들려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대응을 자제해왔다는 것이다. 다만 새해 들어 대통령실 참모진에선 이 문제에 대해 적절한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도 조언 그룹을 비롯한 시중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힐지 결정을 내린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결심한다면 김 여사보다는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 이번 사안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양해를 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시점은 설 전, 방식은 기자회견보단 입장 발표나 기자 간담회나 방송 대담 형식을 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작고한 부친과의 인연을 내세워 의도적으로 접근한 최씨를 만났다가 논란에 휘말린 데 대해 남편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일 것”이라면서 “동시에 대통령으로서 고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