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친문’ 의원 지역구에 ‘친명’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한 임종석·노영민 전 실장을 향해선 불출마 요구가 계속됐다. 공천관리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공천 경쟁이 ‘친문 대 친명’ 구도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친명 인사들이 지역 기반이 부족한데도 현역 친문 의원들에게 도전하는 건 ‘개딸 지지를 얻으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예측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0일 충북 청주 흥덕 출마 입장을 밝히면서 “도종환 의원에게 도전한다. 비전과 목표 없는 기득권 연장의 낡은 틀을 깨겠다”고 했다. 도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힌다. 이 부원장은 서울 동작 출마를 준비해 왔지만 총선을 80여 일 남기고 지역구를 바꿨다. 이 부원장은 통화에서 “당 주요 인사들과 상의한 결과”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 상록갑에는,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이 작년 6월 일찌감치 출마를 예고했다. 양 전 위원장은 전 의원을 향해 “수박 뿌리를 뽑아버리겠다” 등 험한 말을 해 당에서 당직 정지 3개월 징계를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한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 중원엔 친명 인사인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희롱 논란 끝에 출마를 포기하자마자 이수진 비례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지난 22일 출마 회견에서 “성남은 이재명 대표의 심장”이라며 그런 성남을 친문 인사인 윤 의원에게 맡겨둘 수 없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이동주 비례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의원의 인천 부평을 지역에서 뛰고 있다. 민주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부평갑은 현역 이성만 의원이 ‘돈봉투 사건’으로 탈당해 비어 있다”며 “이동주 의원이 빈 지역구를 두고 굳이 부평을로 간 건 홍 의원이 개딸들의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임종석·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출마를 접으라”는 요구도 계속됐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2일 CBS라디오에서 “문재인 정부 전체를 겨냥해 대립시키는 게 무슨 도움이 되나”라며 “이재명 대표만으로 총선을 치를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이 와중에 책임을 지고 석고대죄해야 할 문재인 정부의 두 비서실장이 총선을 나온다고 한다”며 “참담한 결과에 대해 책임감과 정치적 양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윤 대통령을 키워줬으니, 비서실장들이 책임을 지라는 얘기다.

‘친문 대 친명’ 대립 구도에 당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많다. 구주류와 신주류 사이의 갈등이 공천을 두고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이재명 체제에 별말 하지 않지만 총선이 끝나면 친문이 다시 뭉쳐 ‘반이재명’ 행동에 나설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며 “친명과 개딸이 그걸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이재명 대표의 체포 동의안이 가결됐을 때부터 ‘가결파는 친문’이라는 말이 많았다”며 “서로 간에 묵은 불만이 많은데 강성 지지층이 ‘누구는 떨어뜨리자, 밀어줄게’ 하니까 앞다퉈 출마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