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선거제와 관련해 "병립형 퇴행은 악수 중의 악수"라며 현행 선거제 유지와 비례 연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은 26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무능하고 무도한 윤석열, 한동훈 정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최선의 대안으로 병립형 비례를 지지한다”고 했다. 선거제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이다.

현행 선거제는, 지역구 의원 수가 많을수록 비례대표 의원 수는 적게 배정받는 ‘연동형’이다. 민주당이 4년 전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강행 처리한 선거법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지역구와 비례를 각각 따로 뽑는 과거의 ‘병립형’으로 되돌리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의원은 이날 오전만 해도 ‘연동형 선거제를 지키자’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의원 164명 중 80명이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 의원도 여기 포함돼 있었다. 오전엔 ‘연동형’을 주장하고, 오후엔 ‘병립형’을 주장한 것이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병립형을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해 밝힌 것”이라며 “성명서에서는 이름을 빼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오전·오후로 다른 입장을 내자, 민주당 안에서는 “오락가락, 우왕좌왕 하는 민주당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4·10 총선이 70여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선거제 관련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25일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또 결론을 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국회사진기자단

현행 선거제를 유지할 경우, 민주당은 ‘위성 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비례 의석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현행 제도를 지키고 위성 정당은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약속을 지키면서 손해를 감수할지, 약속을 어기고 추가 의석을 얻을지 결정해야 하지만 미루고 있다.

최근 당내 기류는 ‘비판받더라도 되돌리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총선은 자선사업이 아니다”며 “다른 당 도와줄 만큼 민주당이 여유롭지 않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25일엔 “당원이 주인인 정당에서 당원의 뜻이 무엇인지 여쭤보고 경청해야 한다”며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한다. 당원이 가라는 길로 가자”고 했다.

정 최고위원의 ‘전 당원 투표 제안’에 민주당 안에서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위성 정당을 만들 때도,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도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 뒤 “압도적 찬성이 나왔다”며 각각 위성 정당 창당과,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강행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전 당원 투표를 한다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약속을 깼다’는 안팎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또 꼼수를 동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